‘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최근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MZ’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각종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높은 가격대의 명품 소비가 크게 늘었다는 점인데, 이는 소비성 취미 활동의 강세와 자신의 흥미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욜로(You Only Live Once, YOLO)’적 특성이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취미 영역의 폭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특히 음향 분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해당 분야는 예로부터 덴마크, 독일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근 100년, 혹은 그 이상의 역사를 쌓아온 브랜드가 즐비한 분야로, 이른바 ‘오디오 필(Audiophile, 오디오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시장이다. 즉, 명품의 씨가 마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파트 등의 공동 주거 형태가 일반적인 국내에선 오롯이 홀로, 조용히 풍성한 음향을 즐길 수 있는 레퍼런스 헤드폰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그 이름처럼 하나의 ‘기준(Reference)’이 되어주는 소리를 내어준다는 의미로, 이들 제품은 음원을 구성하는 소리의 요소들을 정확하고 선명하게 즐길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이 때문에 레퍼런스 헤드폰은 사실 취미를 위한 소비재라기보단, 곡을 제작할 때 믹싱과 마스터링 등을 담당하는 음향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젠하이저의 ‘HD600’, AKG(하만 카돈)의 ‘K702’, 베이어다이내믹의 ‘DT880’ 등, ‘3대 레퍼런스 헤드폰’과 여타 입문용 제품들을 통해 대중적인 소비자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었다.

다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음향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30만~40만 원대의 제품을 넘어, 더 높은 단계의 헤드폰을 원하는 ‘황금 귀’ 유망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을 위한 제품 역시 시장에 풍성하게 포진되어 있지만, 역시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선지자들의 생동감 있는 체험기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가 더 특별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음향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알고 있을 법한, 독일 음향 명가 ‘노이만(NEUMANN)’의 레퍼런스 헤드폰 ‘NDH 30’이 이번 리뷰의 주인공이기 때문. 노이만은 무려 1928년부터 업역을 누적해온 장인들의 브랜드로, 오랜 기간 다양한 스튜디오 급 장비 개발과 제조 노하우를 누적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노이만은 지난 2019년에 첫 헤드폰 ‘NDH 20’을 선보이며 업계와 전 세계 애호가들에게 극찬받은 바 있는데, 올해 ‘NDH 30’이라는 후속 모델을 연이어 출시했다. 이 제품의 구매 여부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 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NDH 30을 직접 체험하고 느낀 바를 생생하게 전달, 잠재적 구매자들의 가려움을 해소하고자 한다.

‘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 Since 1928 노이만, 100년 가까운 역사로 수놓아 만든 NDH 30의 명품 사운드!


NDH 30의 가장 큰 차별성은 역시 풍성하면서도 직관적인 사운드다. 우선 오픈 백(Open-Back) 구조를 채택해 드라이버 내에서 통 울림이 느껴지지 않고, 다이어프램 전후 양방향 진동과 수축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왜곡되지 않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는 38mm 규격의 다이내믹 드라이버에 내장된 네오디뮴 마그넷과 만나 극한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강력한 자성으로 고출력을 형성, 더 높은 감도와 많은 양의 소리를 빠른 신호 응답으로 출력할 수 있다. 동시에 고주파수 영역에서 과도한 강조를 방지하는 주파수 선택형 앱소버(흡음재)와 결합해 오디오 스펙트럼에 뛰어난 선형성(Linearity)을 자랑한다.

쉽게 말하자면 특별히 강조되거나 약한 부분 없이 전 음역에 고른 출력과 해상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레퍼런스 헤드폰을 표방한 제품 중에서도 양극 음역 표현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제품이 많은 반면, NDH 30은 구조적 특성을 바탕으로 거의 모니터 스피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면모를 갖췄다.

특히 저음역의 소리를 정확하게 구분해 출력할 수 있다는 점은 전문가는 물론, NDH 30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큰 이점이다. 베이스나 드럼 등 소리에 깊이를 더하고, 다른 제품으로는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소리와 그 질감을 발견하는 재미가 곧 애호가들이 하이파이(Hi-Fi) 음향 기기에 빠져드는 이유인데, NDH 30은 그 수요를 200% 이상 만족하게 해준다.

‘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더불어 이보다 높은 음역에서도 맑고 고운 소리를 내는 데 특화되어 있다. 흔히 ‘찢어진다’라거나, ‘날카롭다’고 표현되는 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착색이 전혀 없는 중음과 투명한 고음이 어우러져 정교한 소리를 완성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단순히 소리를 구분하는 것 외에도 중요한 것은 스테레오 사운드를 구성하는 공간감이다. 여러 악기가 한데 모여 음원을 구성하는 와중에도, 악기 각각의 위치를 서로 달리 표현하는 데에도 전문가들은 상상 이상의 노력을 투자한다. 이른바 ‘정위감(Image Specify)’과 넓은 ‘스테이지’를 구현하기 위한 것인데, NDH 30은 이 부분에서 지금껏 사용한 제품 중에서 가장 깊이 있는 표현력을 보여준 제품이었다. 이 때문에 오케스트라와 같이 넓은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합주를 감상하거나, 미디어 및 몰입형 콘텐츠 제작 시에도 빛을 발한다.

일반적인 레퍼런스 헤드폰과 비교해 낮은 임피던스 값도 NDH 30의 장점 중 하나다. 앞서 언급한 젠하이저의 HD600의 임피던스는 300Ω이며, 베이어다이내믹의 DT880은 그 두 배인 600Ω에 달한다. 음향 기기에선 이 저항값이 클수록 직결 시 출력이 낮아지고, 제품 본래의 성능과 볼륨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NDH 30의 경우 임피던스가 120Ω에 불과해 유사시 PC나 일부 모바일 기기 등 제품과 호환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NDH 30은 우수한 사운드 출력을 위한 옵션을 한 가지 더 포함하고 있다. 보통 레퍼런스 헤드폰들은 양쪽 이어 컵에 각각의 케이블을 별도로 직결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지만, NDH 30은 3.5mm 규격으로 탈부착이 가능한 좌우 통합 그라운드 케이블을 통한 연결을 지원한다. 이는 다른 케이블과 비교해 사용 시 밸런스와 해상력은 물론, 사운드의 이미지 폭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 겉과 속 모두 ‘넘사벽’ 품질 자랑하는 NDH 30,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의 소유자!


NDH 30의 외관의 첫인상은 ‘영롱하다’. 은은하게 처리된 은색 마감은 높은 균일도를 갖춰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하며, 빛을 통해 보이는 반사광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묘한 마력을 갖고 있다. 또, 이어 컵 후방의 촘촘한 그릴은 시각적으로도 개방감을 주면서도 내부 구조를 적절하게 감춰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전반적인 소재로는 경량 알루미늄을 채택했지만 NDH 30은 352g이라는 가볍지 않은 무게를 뒀다. 살짝 부담스러운 무게이긴 하지만, 장시간 착용 및 작업을 하는 데 있어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NDH 30의 착용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헤드밴드 내부엔 푹신하면서도 넉넉한 쿠션이 내장되어 있고, 정수리가 닿는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어 다양한 두상을 커버할 수 있다. 이어 컵에 부착된 패드의 소재도 좀 더 특별했다. 메모리폼과 인조가죽 마감을 결합한 구조가 아닌, 부드러운 융과 같은 촉감을 자랑하는 마감재와 독특한 쿠션 폼의 조합을 선택했다. 이처럼 독특한 소재의 이어패드는 처음 접해보았는데 오히려 메모리폼 이어패드보다 훨씬 더 포근하고 귀 전체를 감쌀 수 있어 마라톤 작업 파트너로 손색이 없다.

‘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제품을 이리저리 매만질 때 체감되는 손맛 역시 일품이다. 스프링 스틸 구조를 채택해 견고하면서도 자유롭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또, 휴대 시 편의성을 향상하는 이어 컵의 180° 스위블 및 폴딩 구조도 만듦새가 견고하다. 이렇듯 사소한 부분에서도 명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나열한 내용만으로도 ‘NDH 30’의 가치를 입증하기에는 차고 넘쳐 보인다. 이제 판매 가격을 살며시 꺼내놓아야 할 것 같은데 예상했듯이 착한(?) 가격은 아니다. 100만 원에서 1만 원 모자란 99만 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명품답게 쿠폰 신공 활용도도 높지 않다.

모든 취미와 유희에는 투자가 필요한 법. 그중 오디오 필 외길을 선택한 이들이 투자를 두려워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아닐까.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벽에 흡음재를 바르고, 두꺼운 암막 커튼을 달며, 심지어는 천장에까지 우퍼와 트위터를 나눠 여러 가지 스피커를 동시에 설치하는 등, 어찌 보면 자신을 위한 투자와 노력을 가장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음향기기 애호가이기 때문이다.

물론 레퍼런스 헤드폰 중에서도 이보다 저렴한 입문용 제품도 많다. 그러나 확신하건대, 오디오 필의 길을 걷기로 한 이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NDH 30’ 헤드폰을 찾게 될 것이다. 중복된 투자로 낭비를 할 바엔, 처음부터 기를 모아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내 귀에 진정한 호사를 누리게 하고 싶다면, 벅찬 몸값이 고민이라면 가까운 청음 매장 방문을 적극 권하고 싶다. NDH 30의 사운드를 직접 경험해본다면 99만 원이라는 숫자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납득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노이만(NEUMANN) NDH 30’ 레퍼런스 헤드폰 착용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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