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환의 IT읽기] '손 안의 마약' 스마트폰 중독

최영무 20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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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안 보면 숨을 쉴 수가 없어"

2014년 개봉한 영화 '인간중독(감독 김대우)'에서 베트남전의 전쟁영웅이자 엘리트군인 김진평(송승헌 분)이 부하 경우진(온주완 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 분)에게 한 말이다.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가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지배되는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치명적인 스캔들을 다룬 멜로 영화로 종가흔에게 중독된 김진평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중독(addiction)이란 원래 의학 용어이지만, 지금은 흔히 사용하는 일상용어가 되었다. 중독은 '특정 행동이 건강과 사회생활에 해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집착적 강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설명: 2014년 5월 개봉한 영화 '인간중독'의 포스터. 출처=아이언팩키지)

우리 국민은 하루 평균 스마트폰을 4시간 18분 사용한다. 일상적인 사용은 중독현상이 아니지만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기능을 필요 이상으로 집착해 사용하면 중독이라 할 수 있다.

> 스마트 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열에 아홉은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거리를 가면서도 신호등을 지나면서, 지하철 계단을 오르면서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있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상이다.

심지어는 가족끼리 외식을 하면서도 대화보다는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런 현상을 노모포비아(Nomophobia-No mobile-phone phobia)라고 하는데, 스마트폰이 수중에 없으면 불안감이 커지고, 더 많은 시간을 계속해서 스마트폰으로 보내야 만족을 느끼는 일종의 중독 현상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일상 장애는 물론 가족 간의 대화 단절과 대인관계 장애, 우울증과 사회 부적응 등 심각한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

성인들의 중독 현상도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설명: 스마트폰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현대인들의 모습. 출처=사진작가 안토니 가이거(20))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인터넷 중독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 청소년, 저소득층 가정의 청소년이 중독 위험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가 일터에 나가 있는 사이 집에 있으면서도 대화를 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사이에 어린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인터넷 세상에 빠져 드는 것이다.

당연히 스마트폰을 이용해 성인물을 보는 경우도 갈수록 많아져 접촉률이 12.3%나 됐다. 그나마 PC에는 온라인게임 셧다운제와 유해정보 필터링 기능이 있지만 스마트폰에는 없다. 정부가 올해부터 셧다운제를 시행하면서 스마트폰은 유예했고, 청소년 유해물 차단에도 늑장을 부린 탓이다. 셧다운제 실시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이 증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소년들의 경우 성격구조나 뇌의 성숙도가 미완성 단계여서 그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까지 이어질 경우 청소년 개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에 엄청난 폐해를 준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아날로그 아빠, 스티브 잡스

애플 휴대용 컴퓨터 아이패드의 시장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을 때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잡스에게 "자녀들이 아이패드를 무척 좋아하겠다"고 질문하자, 그는 "아니요. 아직 써보지도 못한 걸요. 집에서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니까요"라고 답했다.

애플 창업자 故 스티브 잡스가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술(IT) 기기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 그 대신 꾸준한 인문학적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녀들의 교양을 끌어올리는 데 힘썼고 매일 저녁 식사 시간에 잡스는 부엌의 긴 테이블에 자녀들과 둘러앉아 책과 역사, 그리고 다양한 문제들을 토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창시자인 故 스티브 잡스의 로테크(구닥다리 기술) 생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과 83%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인 한국에서 스마트폰이 문명의 이기(利器)를 넘어 손안의 마약이 되어버린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성인 1인당 한 달에 책 한 권을 채 읽지 못하는 우리 척박한 지적 풍토에 대해 고민을 해볼 때다.

* 설명환 칼럼니스트

설명환 칼럼니스트는 NI, SI, 반도체, IoT, 플랫폼 등 IT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의 IT(정보기술)전문가다. 현재 대한민국 1세대 IT그룹社와 세계 5위권 메모리카드 전문 제조기업의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10년부터 문화체육광광부 KOREPA 전문위원과 서울특별시교육청 청소년 멘토로 활동하며 청소년들의 진로에 대한 종합적인 조언과 강의를 해오고 있다. 이메일 pr1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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