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환의 IT읽기] 나방에서 착안한 '태양전지'

최영무 201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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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또는 스릴러 영화에 종종 등장해 긴장감을 불어넣는 소재가 있다.

바로 나방이다.

'양들의 침묵'에서 연쇄살인범의 집안을 도배하고 있는 소름 끼치는 장면은 물론 '화차'에서 피에 젖은 날개를 퍼덕이는 나방의 모습은 애틋한 감정을 자극한다.

(사진설명 :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1991). 출처=미국 오리온 영화사)

나방은 밤에만 활동하는 습성과 음산하고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환영받지는 못하지만, 생체모방공학에서는 특유의 매력으로 기술적 지혜를 주고 있다.

과학자들은 나방의 눈(moth eye)에서 착안해 태양전지 패널의 빛 반사율을 3% 이하로 줄이는 나노 구조를 개발했다.

기존 태양광 패널은 빛을 전부 다 흡수하지 못하고 35~40% 반사한다.

빛 파장은 모든 막 계면에서 반사되거나 사라질 수 있는데, 여러 박막 층으로 이루어진 태양열 패널 역시 빛 손실이 많이 발생한다. 이들 소실 빛을 모두 흡수한다면 에너지 효율은 증가될 수 있다.

나방의 눈은 빛을 좀 더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빛 파장보다 작은 나노입자 크기의 각막과 육각형 패턴의 표면 형태를 띠고 있다

나방의 내부 눈은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검은색이다. 거의 모든 빛을 반사 없이 흡수해서 어두운 환경에서도 아주 작은 빛만 있으면 볼 수 있다.

(사진설명 : 완전한 검은색을 띠는 나방의 눈. 출처=pexels.com)

일반적으로 동물의 눈은 빛을 잘 반사한다. 고양이의 눈이 어둠에서 반짝거리는 것은 집광한 빛이 안저(眼底)에서 반사하기 때문이다.

나방은 대부분의 종(種)이 야행성임에도 빛 반사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각막을 가지고 있어서 눈에서 빛이 나지 않는다.

야행성인 나방이 이러한 무반사의 특성을 획득한 것은 안저로부터 반사되는 빛에 의해 천적이나 사냥감에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한 자기방어와 얼마 안 되는 빛을 효율적으로 집광하기 위한 생존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사진설명 : 전자현미경으로 본 나방의 눈. 출처=biology-forums.com)

나방의 각막은 수십 μm(마이크로미터) 정도의 미세한 육각형의 집합체이며, 그 육각형의 표면에는 직경 100nm~200nm(나노미터) 정도의 미세한 돌기가 촘촘하게 돋아 있다. 이 크기는 가시광선의 파장보다도 작아서 빛을 반사하지 않는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대략 80,000nm라는 걸 생각하면 나방의 각막이 얼마나 작은지 짐작할 수 있다.

(사진설명 : 미세한 육각형 집합체의 형태를 띤 나방의 눈. 출처=imgur.com)

반사가 억제되는 것은 나방 눈 표면의 원추 구조에 비밀이 있다.

나방 눈은 박막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나노구조로 되어 있는데, 나노구조는 바닥층 위에 있는 박막 내에 배열되어 있고 다른 박막이 나노구조를 덮고 있다. 나노구조는 박막 쪽으로 돌출된 작은 원추형 모양을 띠고 있다.

빛의 반사는 굴절률이 서로 다른 물질 사이의 계면에서 일어나는데, 나방의 눈과 같이 원추형 폴리머가 세워져 있으면 광학적인 계면이 존재하지 않게 되어 반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사진설명 : 나방 눈의 원리를 이용한 태양전지 패널. 출처=wikimedia.org)

나방 눈의 돌기를 모방한 반사 방지막은 태양전지 이외에도 다양한 응용을 할 수 있다. 나방의 눈이 빛을 반사하지 않아 적에게 존재감을 들키지 않듯, 무반사막을 이용할 경우 스텔스와 같은 군사용 은폐기술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고, 발광다이오드와 같은 광학기기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생체모방공학이라는 발상은 생태계의 여러 동식물들로부터 지혜를 빌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구상 생물의 몸은 그 자체가 수십억년 진화의 산물이다. 나방 역시 공학의 미천한 역사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기술적 지혜를 담고 있다.

* 설명환 칼럼니스트

설명환 칼럼니스트는 반도체, IoT, 플랫폼 등 IT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의 IT(정보기술) 전문가다. 현재 세계 5위권 메모리카드 전문 제조기업의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KOREPA 전문위원과 서울특별시교육청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청소년 진로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조언과 강의를 해오고 있다. 이메일 pr1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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