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환의 IT읽기] 에니악 탄생 70년과 반도체

최영무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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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26m, 높이 2.6m, 무게 30톤의 거대한 기계장치, 이 기기의 전원스위치를 켜자 펜실베니아의 가로등이 깜빡였다"

1946년 2월 외부에 처음 공개된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 불리는 에니악(ENIAC)에 대한 설명이다. 에니악은 미국 국방부가 탄도탄을 계산하려고 만든 전쟁의 산물이지만 포연이 멈추자 사람들 일상에 스몄다.

인류는 에니악 탄생 70년 만에 인공지능을 만들었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승 1패 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 사용된 반도체는 100만 개가 넘는다.

인공지능에서 두뇌 역할은 반도체가 담당한다. 이세돌 9단이 싸운 건 수많은 반도체였다.

알파고가 1년 2개월간 공식·인터넷 대국에서 거둔 전적은 68승 1패다. 압도적이다.

(사진설명: 구글의 인공지능(AI) 전문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사진= NAVER)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등 이들 어느 분야든 반도체 뒷받침 없이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는 스마트폰 대비 약 1천 배 수준이다.

ECU(차량의 전자제어장치) 1개에는 20개 수준의 반도체가 사용된다.
ECU는 단순히 분사될 연료의 양을 제어하거나 점화 시기 등을 제어해왔으나 근래는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의 활성화로 다양한 지능 제어에 쓰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형차량의 경우 ECU가 약 100개가량, 고급 차량은 약 200개 이상이 탑재된다고 보고 있다. ECU만 놓고 보더라도 적용되는 반도체 수는 어마어마하다.

그야말로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엔진이 되고 있다.

반도체는 자본집약형 사업이다. 공장 하나 짓는 데 조 단위가 들어가기 때문에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전쟁터이다.

D램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정도로 세 곳이 독과점하고 있다.

대규모 D램이 투입되는 데이터 센터에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집중 투자가 눈길을 끈다.

구글은 '알파고', '구글 어시스던트' 등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를 개발하면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DB)를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센터를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7월 영국 런던에 데이터 센터를 추가하며 총 10곳의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게 됐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웹서비스를 위해 이미 작년 1월 한국에 데이터 센터를 개설했고 전세계에 자체적인 물류센터·데이터 센터를 늘려가고 있다. 현재까지 설립된 데이터 센터는 총 257곳이다.

애플도 미국 아이오와주에 추가적인 데이터 센터 건설을 계획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3개의 데이터 센터 개설했다. 페이스북 1조원 규모의 데이터 센터 건설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서버용 D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반도체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3.3% 증가한 98억 8000만달러(약 11조)로 나타났다. 또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서버용 D램 시장 점유율은 75% 수준이다.

(사진설명: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전기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입출력하는 낸드플래시메모리의 원재료 웨이퍼. 사진= shutterstock)

낸드플래시메모리(NAND Flash Memory)는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전원을 차단해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특징이 있다.

낸드플래시메모리는 6개 업체가 거의 과점 상태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저장하고 얼마나 빨리 처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메모리 원천기술을 보유해 애플도 아이폰·아이패드 양산 과정에서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에 의존하고 있다. 올가을 공개를 앞두고 있는 최신 아이폰X(아이폰 텐)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메모리 중 30%가 도시바 제품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3천397억 달러(약 391조 원) 가량이던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3천933억 달러(약 453조 원)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산업의 질주를 두고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덕이라고 입을 모은다. 호황은 수요 증가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AI와 IoT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지면서 반도체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 작고, 더 빠르며, 더 효율적인 반도체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셀(반도체 저장공간)을 수평으로 집적하는 대신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는 신기술을 적용한 3D낸드플래시메모리를 개발했다. 또 내부의 회로구조를 바꾸는가 하면 새로운 소재를 채택해 진화를 거듭해왔다.

3D 낸드플래시메모리는 집적도에 따라 32단, 48단, 64단 순으로 발전한다. 삼성은 올해부터 64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고, 도시바는 내년부터 64단 생산체제에 들어간다. SK하이닉스도 내년 상반기에는 72단 제품 개발을 완료해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사진설명:  1946년에 미국에서 완성한 세계 최초의 진공관 컴퓨터 에니악. 사진=nursingclio.org)

집채만 한 에니악에는 진공관 1만 7468개가 트랜지스터(transistor) 역할을 했다. 70년간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해 지금은 동전보다 작은 1GB 반도체칩(D 램 기준) 하나에 8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심는다.

에니악이 그랬듯 알파고도 동전만 한 칩에 담길 날이 멀지 않았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모든 국가와 국민 운명은 신기술 흐름에 어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70년 뒤 세상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 설명환 칼럼니스트

설명환 칼럼니스트는 반도체,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 IT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의 IT(정보기술) 전문가다. 현재 세계 5위권 메모리카드 전문 제조기업의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KOREPA 정책 위원과 서울특별시교육청 글로벌 인턴십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청소년 진로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조언과 강의를 해오고 있다. 이메일 pr1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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