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환의 IT읽기]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전기료 누진제

최영무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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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법 비디오들을 시청함에 따라 비행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낯익은 이 문구는 20여 년 전 불법 비디오의 위험을 알려주던 '비디오 헌장'이다.

한낮의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폭염이다.
서울은 39.6도까지 올라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밤에도 30도가 넘는 초열대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111년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이다.

(사진설명: 1994년 7월 25일 기록적 폭염을 기록한 신문 지면. 출처=동아일보)

기록적 폭염에 "에어컨은 비싸서 못 사는 게 아니라 전기 요금 누진제가 무서워 못 틀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어쩌다가 가정용 전기 요금이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대상이 됐을까?

전기 요금 누진제는 1973년 석유파동으로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1974년 12월 주택용에 한해 도입된 제도다.

도입 당시 누진 단계는 3단계, 누진율은 1.6배였지만, 2차 석유파동으로 1979년 12단계, 19.7배로 강화된 이후 완화와 강화를 거듭하다 지난 2016년 3단계의 누진구간과 3배수의 누진 배율을 적용하고 있다.  > 1~200㎾h 구간은 ㎾h당 93.3원,  > 201~400㎾h 187.9원,  > 400㎾h부터는 280.6원을 부과한다. 청구액은 전기 요금(기본요금+전력량 요금)에 전력산업기반 기금(3.7%)과 부가가치세(10%)가 추가된다.

탈 원전 기조를 천명한 정부로서는 안정적인 전력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
섣부른 요금체제 개편이나 전기 요금 인하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할 경우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어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 2016년 12월 누진제 완화 이후 전력 소비량 변화를 살펴보면 누진제 완화가 당장 과소비를 부추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주택용 전기 요금 누진제 완화 이후, 주택용 전력 판매량은 총 6천854만3천760MWh로 전년도에 비해 0.7% 증가하는데 그쳤다.

(사진설명: 에어컨 실외기가 즐비한 아파트. 출처=중앙일보)

누진제가 전력소비 억제 기능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주택용 요금 누진제를 통해 가정의 전력소비를 조절해 전체 전력수요를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 전기 사용량 중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13.4%, 일반(상업) 용이 21.9%, 산업용이 56.3%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전기 소비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정의 전기 소비량은 적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인당 주택용 전력 사용량은 1천274kWh로 OECD 평균(2천341kWh)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산업용 전력 소비량은 인구 1인당 5천92kWh로 OECD 평균(2천362kWh)의 2.2배에 달한다.

산업용에서 발생하는 전기료 적자를 주택용에서 메우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론'이 나올 때마다 재계에서는 '수출 경쟁력' 약화를 얘기한다.

2016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전은 누진제 전기 요금으로 무려 3조2천623억의 초과이윤을 얻었다.

(사진설명: 주택용, 산업용, 일반용 전기 요금 차이. 출처=직썰닷컴)

전기료 누진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디오 헌장' 떠올라 씁쓸함을 남긴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던 '그것'이 4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전기 요금 체계로는 월 350kWh 사용 가정에서 스탠드형 에어컨(1.8kW)을 하루 5.5시간 사용할 경우 전기 요금을 9만 8,000원만 추가로 부담하면 된다지만 요즘 같은 폭염에는 24시간 틀어야 한다. 선풍기로는 이 더위를 버텨낼 수가 없다.

국민복지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에어컨을 켜지만, 이내 전원 버튼을 끌까 말까 고민하지 않게 하는 것이 현실적인 복지다.

* 설명환 칼럼니스트
설명환 칼럼니스트는 작가이자 커뮤니케이터다. 과학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공학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을 쓰고 있다. 현재 세계 5위권 메모리카드 전문 제조기업의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재직 중이며, 국가정보기간 언론사의 객원 논설위원으로 선임되어 과학, 산업, 사회 등 분야의 현상들을 분석하고 논평하고 있다. 이메일 pr1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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