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환의 IT읽기] 온라인약국 약사 된 24살의 아마존

최영무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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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당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고, 페이스북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면, 아마존은 당신이 무엇을 구매하는지를 알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세계 3대 IT 업체의 특징을 요약하면서 아마존의 빅데이터의 역량을 표현한 것이다. 

1995년 7월 베이 조스의 차고에서 창업한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24년 만에 시가총액 7,967억 달러를달성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를 꺾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수년간 아마존은 여러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핵심은 여전히 전자상거래다.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90%는 소매업이다

아마존이 최근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에게 처방의약품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이메일을 발송했다. 아마존이 온라인 약국 '필팩(PillPack)'을 인수하며 의약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약 1년 만이다. 

프라임 회원은 당일 배송과 추가 할인 등 혜택을 위해 아마존에 매달 1만 5000원을 지불하는 회원이다.


(사진설명: 약을 동일한 일정에 복용할 수 있도록 1회 복용량에 맞춰 자동으로 포장한 필팩. 출처=필팩)

2013년 설립된 필팩은 미국 50개 주에 유통 면허를 보유한 온라인 약국(Mail-Order Pharmacy)이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가 자주 가는 약국의 정보를 필팩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필팩은 약국을 통해 회원의 처방전을 받아 매달 포장된 의약품을 택배 방식으로 환자에게 전달한다. 

필팩은 만성질환자나 급성 환자처럼 하루에 여러 종류의 약을 다량 처방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맞춤형 온라인 약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약품 배달 서비스는 프라임과 홀 푸드마켓 회원들을 통해 홍보하면 단기간 내에 시장 선두업체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처방전 조제 약품 유통시장에서 앞으로 기존 선두 사업자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영세 업체들이 문을 닫는 등의 시장 재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필팩 인수 목적은 온라인 의약품 유통시장 점유율 확대뿐만 아니라 필팩 자체 운영 시스템인 '파머시 OS(PharmacyOS)'가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의 의료 데이터 확보에 있다.

아마존이 필팩을 인수한 사례와 같이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제약·바이오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 애플, 우버 등 IT 공룡들이 헬스케어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제약·바이오산업의 서비스화와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설명: 애플워치에 심전도 측정 기술을 장착한 데 이어 심박수, 센서 수치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운동량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출처=애플)

2014년부터 디지털 헬스 플랫폼을 고도화해 온 애플(Apple)은 애플워치로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애플은 미국 보훈처(VA)와 협력해 미국 재향 군인들이 직접 애플의 헬스케어 앱 '헬스 레코드(HealthRecords)'로 알레르기 상태, 예방 접종, 진단 및 검사 결과, 약물 등 모든 건강 기록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베릴리(Verily)를 통해 현재 17개 이상 헬스케어 연구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소형화 연속혈당측정기 개발, 의료용 스마트렌즈 개발, 생체 전자 의약품 개발,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성 장 질환, 루푸스 환자 샘플 분석 사업 등이 핵심 연구 사업이다.

IT 공룡들이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해 영향력 확대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AI, 5G 등의 새로운 기술이 적용될 여지가 많고, 소비자의 고령화에 따라 건강 정보관리 온라인 수요가 늘어나면서 헬스케어 산업의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한국은 산업 규제로 인해 헬스케어 유통업계나 스타트 업계에서의 혁신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처방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의약품의 온라인 거래가 금지돼 있다. 

약사법 제50조는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일정한 장소로 '약국 또는 점포'를 전제하고 있다. 또 의약품 거래를 위한 처방전 전송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전자 처방전은 공식 의료기관인 병원과 병원, 병원과 약국 사이에서만 가능하므로 환자가 원거리의 약국에 처방전을 온라인으로 전달해도 이는 공식 의료기관의 기록이 아니므로 약을 조제할 수 없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모든 의약품에 대한 온라인 거래가 사실상 금지돼 있다. 필팩의 온라인 약국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하다. 비대면 진료와 처방이 불법이라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이라도 병원에 가서 의사와 만나야 하고, 약국에 가서 직접 처방을 받아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글로벌 IT 공룡들이 국내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한다면 국내 동네 약국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사진설명: 하하하 얼라이언스 http://hahaha.land 페이지 캡쳐. 출처=오앤케이)

국내에서는 의약품 유통 TOP5 기업인 태전 그룹이 주치약사와 단골약국 매칭을 위한 '하하하 얼라이언스'(HAHAHA Alliance)'를 론칭해 약국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하하하 얼라이언스는 고객 정보 가독성이 뛰어나서 나 홀로 약국의 약사 혼자서도 많은 고객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고, 고객은 구매한 내역에 대해 지정한 약국 주치약사에게 건강상담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시장 진출로 서점과 의류 등의 유통시장이 붕괴됐듯이 앞으로 제약 유통 시장도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더 정확하게 소비자 중심의 맞춤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온라인 의약품 유통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국내 모든 사업 군에서 규제가 가장 많은 곳이 의료 산업이다.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두고 찬반이 분분하다. 기술 발전에 따른 편리함을 누려야 한다는 입장도 있으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우리나라도 사회적 합의와 규제 혁신을 통해 기술이 일상생활을 혁신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설명환 칼럼니스트
설명환 칼럼니스트는 작가이자 커뮤니케이터다. 과학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공학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을 쓰고 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 자문 위원과 국가정보기간 언론사의 객원 논설위원으로 선임되어 각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조언을 해왔으며, 현재 ICT 그룹의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메일 pr1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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