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환의 IT읽기] 항균·무독·무공해 금속, 방짜유기

최영무 20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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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설명환의 IT읽기] 항균·무독·무공해 금속, 방짜유기 연재타이틀)

유년시절 어머니는 방짜유기(方字鍮器)에 밥을 담아서 따듯한 아랫목 이불에 묻어두곤 했다.

냉장고에서 꺼낸 유기그릇에 담긴 물김치의 시원함과 청량감은 알싸했고, 어쩌다 수저와 그릇이 부딪칠 때면 그 소리가 매우 청아하고 아름다웠다.

유기에 음식을 담으면 보온·보냉 효과와 함께 각종 해로운 균들을 유기 자체가 소독하고 정화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로나19 시대의 항균 식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유기는 상당한 살균 효과가 있다고 전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며, 최근 유명 호텔, 한식당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유기를 찾기 시작했다.

(사진설명: 구리 78%, 주석 22% 합금으로 제작된 유기그릇. 출처=한놋)

유기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3가지로 분류된다.    

'방짜유기'는 섭씨 1200~1600°C의 높은 온도로 녹인 구리 78%, 주석 22%의 합금을 망치로 두들기고 찬물에 담금질을 반복해 만든다. 휘어지거나 깨지지 않고 다른 유기에 비해 광택이 뛰어나며 독성이 없어 식기, 수저, 양푼, 대야, 징, 꽹과리 등으로 이용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놋(鍮)그릇이 유기다.

'주물(鑄物)유기'는 동 60∼65%에 아연 40∼35%를 혼합해 틀에 부워 만든다.동 78%에 주석 22%이 합금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며, 촛대, 향로 등 두드려 만들기 어려운 기물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근대에 들어 주물유기는 전통 방짜유기의 합금비율(78%, 주석 22%)과 똑같은 재료로 유기그룻을 제작해 유기 대중화에 기여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안성맞춤'의 유래가 주물유기다.

'반방짜(半方字)유기'는 방자기법과 주물기법을 절반씩 혼용하여 만든다. 화로나 신선로 등에 사용한다.

인류 역사상 놋쇠를 가장 먼저 사용한 민족은 페르시아 이지만, 우리나라의 방짜유기는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금속과학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구리에 주석이 용해되는 최대용량은 14%다. 이를 초과하면 성형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 선조들은 메질을 통해 재료의 강도와 탄성을 증가시키는 단조기술을 만들었다. 주석을 22% 함유하고도 성형을 가능케 하여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고유의 금속기술을 탄생시켰다.

(사진설명: 구리 78%, 주석 22% 합금으로 제작된 유기그릇. 출처=한놋)

유기는 조선시대에 들어 주석의 비율이 규격화돼 좋은 품질의 방짜그릇을 생산했다.

놋그릇을 만드는 사람을 유기장 또는 놋갓장이라 하는데, 경국대전에 따르면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중앙정부에 유기장을 두어 유기생산을 장려하고 체계화된 유기기술을 보급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후기 영조(英祖)때의 실학자 유득공의 저서 경도잡지에는 '통상 놋그릇을 중요시해 일체의 주방 용기로 이를 사용하고 심지어는 요강이나 세숫대야까지도 놋쇠로 만든다' 라고 쓰고 있다.

유기는 수난시대도 있었다.

1938년 일제가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전시 국가총동원법을 공포함에 따라 전쟁 물자동원을 위해 유기그릇을 모두 빼앗아갔다. 놋그릇(유기) 수탈은 패망 때까지 계속됐다.

1960년대 들어서는 신식 물건이라는 말에 홀려 전통 유기를 저질 양은냄비와 바꾸었고, 아이들은 호박엿이 탐나 멀쩡한 방짜 세숫대야를 엿장수에게 바쳤다.

1970년대 이후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 같은 제품에 밀려 유기는 조금씩 대중에게 잊혀갔다.

유기는 그릇 하나를 놓고 봐도 빛깔에서 나오는 조화로움이 매우 아름답다. 임금님 수라상에 사용될 만큼 무독, 무공해 금속으로 음식물을 담는 최상의 식기다. 유기그릇으로 상차림을 해 놓으면 보고만 있어도 대단한 대접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릇에서 어우러지는 고품격의 미학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는 유기그릇을 통해 가족의 건강을 기원했던지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유기그릇 한 벌만큼은 장만하셨다. 그 시절, 정갈한 유기에 담긴 한우 곰탕의 맑고 깨끗한 국물에 올려진 고기 서너 점이 생각난다.

* 설명환 칼럼니스트

설명환 칼럼니스트는 ROTC 소위 임관 후 현재 중견그룹의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과학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ICT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을 쓰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자문위원과 국가정보기간 언론사의 객원 논설위원으로 선임되어 각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조언을 해오고 있다. 이메일 pr1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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