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BEX 2021] OEM과 ODM으로 알아보는 크래프트비어 산업

이은실 202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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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BELOCAL

최근 크래프트비어를 취급하는 펍이나 식당,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과 마트의 맥주 코너를 가보면 한쪽이 크래프트비어로 가득 차 있을 정도다. 크래프트비어 전성시대라는 말이 새삼 느껴진다. 이런 변화는 지난 2020년 5월, 수입맥주의 국내 시장 잠식 현상과 변화하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주류규제 개선방안'과 관련 있다. 최근 시장의 성장을 가장 억눌러왔던 과세방식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며 다양한 규제 완화 방안이 발표됐는데,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주류 생산의 OEM을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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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OEM 개념과는 다른 주류 OEM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이란 통상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이라 부르는 생산방식이다. 주문자의 요구에 맞춰 주문자의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형태로 전형적인 하청방식을 말한다. 주문자는 설계도나 레시피 등을 제공해 생산업체가 주문자가 의도하는 제품을 제조하도록 이끌어내고, 생산업체는 제조만을 담당하는 형식이다.

생활 속으로 맥주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다 보니 나만이 특별하게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 상품으로서 맥주를 출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곰표 맥주'가 큰 이슈를 끌면서 "누구나 OEM을 통해 주류의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특히 새로운 로컬 콘텐츠를 통해 로컬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로컬크리에이터들에게는 OEM 규제완화를 통해 맥주를 소재로 한 다양한 굿즈를 개발하고, 로컬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활용할 특별한 F&B서비스로서 로컬맥주를 활용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로컬맥주 컬래버, OEM일까 ODM일까?

로컬 브루어리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원한다면 주류업계의 OEM에 대한 특수성을 인지해야 한다. 단순히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의 생산으로 간주하고 접근하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기 때문. 최근 정부가 허용한 주류 생산에서의 OEM은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OEM 제조 개념과는 완전히 다르다. "누구나 OEM으로 맥주를 만드는 상상"은 주류 제조에서만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통상적으로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 브루어리의 컬래버를 통해 출시하는 로컬맥주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방식이라고 봐야 한다. ODM이란 '제조업자 개발 생산'으로 주문자는 유통과 판매만을 담당할 뿐, 제품의 개발과 제조는 생산업체가 전담해 주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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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로컬 트렌드로 소개한 로컬크리에이터 '소호259'와 로컬 브루어리 '크래프트 루트의 컬래버에서 개발과 제조를 주도한 쪽은 로컬 브루어리였다. 엄밀히 말하면 ODM이 정확한 표현인 것. 법규의 한계로 ODM의 틀을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고릴라 브루잉'과 '베르크 로스터스'의 컬래버는 공동개발의 의미가 빛나는 사례였다. 맥주와 커피라는 소재의 특성을 함께 살리기 위해 서로가 노력했고 크래프트비어에 차별화된 개성을 부여하고 새로운 소비자를 접목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는 로컬을 빛내고 로컬콘텐츠로 재해석된 로컬맥주 컬래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크게 만든다.

◆로컬 브루어리의 숙원 '규제완화'

사실 정부가 허용한 OEM의 범위는 주류 제조업체가 동종의 타 주류제조 시설을 이용해 위탁제조를 할 수 있도록 한 것뿐이다. 영세한 주류 제조업체가 시장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비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증산이 가능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규제개혁 방안인 것.

그간 국내 로컬 브루어리들이 호소했던 어려움 중 하나가 '반짝 특수'가 일면 생산량이 모자라 수요에 공급을 맞추기가 어렵고, 대출과 투자를 통해 힘들게 시설을 늘리고 나면 소비량이 줄어 시설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었다. 로컬 브루어리뿐만 아니라 지역특산주 등을 생산하던 소규모 양조장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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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기준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했지만, 빠른 증산에는 여전히 제약이 있었고 법규상 한계로 다른 양조장에서의 위탁제조도 불가능하다 보니 아예 해외 생산시설을 통한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경우들이 생겼다. 따라서 이번 OEM 규제 완화는 같은 종류의 주류를 제조하는 양조장끼리 협력해 생산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또 하나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또한 설비투자 없이 증산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이미 양조시설을 가지고 있는 브루어리 입장에서는 OEM 생산주문을 받아 꾸준한 수익창출을 얻을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편의점에서 크래프트비어 매출이 500% 증가할 정도로 소비가 촉진되고 시장이 활성화되었지만, 이는 일반 소비자 대상의 유통을 감당해야 할 만큼의 또 다른 진입장벽을 형성했다. 편의점 체인에 캔맥주를 납품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1만 5천 개 정도의 수량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 정도 물량의 맥주제조 시설은 물론, 대량의 캔입과 병입이 가능한 시설을 갖춘 브루어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간의 규제로 인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판은 하지 못하고 브루어리에서 자체 소비하거나 케그(KEG)를 펍에 납품하는 형태로 운영해왔던 브루어리 입장에서는 여전히 생산량에 대한 문제가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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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양극화 시작되나?

영세한 로컬 브루어리를 돕기 위한 규제개혁이 자연스럽게 자본의 손을 들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곰표 밀맥주'다.

편의점 크래프트비어의 히트작 '곰표 밀맥주'는 그간 '세븐브로이'가 제조해왔다. '세븐브로이'는 크래프트비어 씬 내에서는 굉장히 큰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수요를 쫓아가지 못해 고전하고 있었다. 공장 2군데를 풀가동했지만 품절현상이 이어졌던 것. 결국 '곰표'는 이번 규제완화 이후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OEM 생산을 시작하게 됐다.

'롯데칠성음료'는 '크라우드' 생산을 통해 대량생산 설비를 갖춘 곳이지만, 2020년까지 공장 가동률이 20%로 저조한 수준을 보였던 곳이다. 그런데 '곰표 밀맥주' OEM을 통해 가동률이 50% 이상으로 올라갔고 주식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효과까지 발생했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대량 납품에 따르는 리스크와 납품가액을 감안하면, 이런 OEM의 승자는 크래프트비어 씬이 아니라 인더스트리얼비어 씬이다.

한편, 코로나19는 영세한 로컬브루어리를 '고립'시켰다. 특히 펍과 겸업하는 브루어리의 경우, 확진자가 들를 경우 생산시설 자체를 폐쇄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 브루어리 운영을 위해 펍의 운영을 포기해야만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영업부진이 계속되자 폐업을 결심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을 악용해 주류 제조 면허를 헐값에 인수하는 자본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들에겐 주류를 생산할 수 있는 면허획득만 중요할 뿐, 기초부터 시작해 설비를 갖추고 면허를 따는 까다로운 일은 피하고 제조는 OEM으로 해소하겠다는 속셈으로 이 업계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문제제기는 유통역량과 자본력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그 역량만 앞세우는 제조사의 등장은 크래프트 정신이나 로컬콘텐츠의 의미가 없는 '무늬만 로컬맥주'인 제품들을 난립시키며 시장을 장악하고 혼란시키는 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이는 피땀 어린 도전정신과 개척정신 위에 형성된 대한민국 크래프트비어 문화 자체를 소멸시키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에 크래프트비어 업계에서는 규제완화의 목적에 맞고 로컬 브루어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류 제조 OEM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제도다. 올바른 정착이 이루어질 때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제도의 취지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관계자나 크래프트비어 관계자 외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한편, 제3회 대한민국맥주산업박람회(KOREA INTERNATIONAL BEER EXPO, KIBEX 2021)가 지난 5월 17일(월)부터 19일(수)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맥주 콘텐츠 전문회사 '비어포스트'와 전시 컨벤션 기업 '글로벌마이스전문가그룹(GMEG)', 서울전람(주)이 공동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제맥주협회, 한국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 등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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