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환의 IT읽기] '아파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리모델링의 과학

최영무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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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환의 IT읽기] '아파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리모델링의 과학

1918년 1차 세계대전 말 미국 뉴올리언스에 갓난아기가 80세의 모습으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 부모에게 버려져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며 성장한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벤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흘러간다.

지난 2008년에 개봉한 미국의 로맨틱 판타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의 줄거리다.

영화처럼 아파트도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 구축 아파트가 신축 아파트로 변신하는 방법은 바로 '리모델링'이다.

리모델링이란 낡은 건축물의 구조적, 기능적 성능을 개선하여 쾌적성과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건축법은 리모델링을 건축물의 기둥, 보, 내력벽, 주계단 등 구조나 형태의 수선, 변경 또는 증설하는 '대수선(大修繕)'과 건축물의 건축면적, 연면적, 층수, 높이를 늘리는 일부 '증축(增築)'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독창적인 외관 디자인과 고급 석재로 마감된 당산효성. 사진=무한종합건축사무소

'리모델링'은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기존 구조를 활용해 고쳐 짓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건축물을 완전히 허물고 그 땅에 새로 짓는 '재건축'과 비교된다.

재건축의 경우 준공 후 30년 이상이 되어야 가능하고 안전진단에서 최소 D 등급 이하(D·E)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 이상에 안전진단도 수직증축 B 등급 이상, 수평증축 C 등급 이상이면 추진이 가능하고, 기부채납 없이 기존 전용면적의 30~40% 이내에 증축할 수 있다.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도 66.7%로 재건축(75%)보다 낮다.

국내 아파트들의 노후화가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면서 리모델링 열기가 뜨겁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들과 재건축이 힘들거나 장기간 연기가 불가피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두드러진다. 주거환경이 더 악화돼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시기가 오기 전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리모델링 아파트는 구조적인 안전성을 바탕으로 해체와 재배치, 추가의 과정을 거쳐 공간을 전면 재창출한다.

수평증축을 통해 세대 내 공간을 추가 확장할 때 전·후면 확장이 가장 일반적이다. 기존 발코니나 복도를 실내화한 다음에 전면 또는 후면에 새로운 공간을 붙여 증축하는 방식이다.

최신 고급화 트렌드에 비춰보면 아파트 리모델링에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전·후면 확장은 단위 세대에서 가로폭은 똑같은데 지나치게 깊어지는 단점, 일명 '동굴형 구조'가 대표적이다.

리모델링의 단점으로 꼽혀온 세로로 긴 형태의 동굴형 구조를 탈피한 당산효성. 사진=무한종합건축사무소

그동안 고급화를 표방한 리모델링 단지들은 대치동 래미안 하이스턴, 청담동 래미안 로이뷰, 청담 아이파크 등 강남을 중심으로 등장했다. 최근 당산동 당산효성1·2차아파트 통합 리모델링 주택조합설립 추진 위원회가 보행자 중심의 동선체계, 지능형 광폭 지하주차장, 1층 필로티 도입, 최첨단 인텔리전트 시스템 도입 등 대대적인 구조 개선과 외관을 고급 석재로 마감하고 내부 조경을 최고급으로 꾸미는 방식으로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다.

당산 효성아파트 단지의 경우 용적률과 건폐율에 여유가 있어서 건물을 별개로 짓는 별동 증축 세대 일반분양을 통해 일부 사업비 조달이 가능하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사무공간을 갖춘 당산 효성. 사진=무한종합건축사무소

리모델링 가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노후된 건축물을 처음 상태로 되돌리는 단순한 유지 보수의 차원을 넘어 사회경제적 개념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건축폐기물을 줄일 수 있어 환경을 보호하는 데다 거주자가 이미 결정되어 있어서 거주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해 적은 비용으로 시설 개·보수가 가능하다.

주거상태가 양호할수록 당연히 행복도는 높아진다.

아파트가 노후화됐을 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문제는 누수와 결로 등으로 난방 효율이 떨어지는 점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30% 가까이 증가한 면적은 거주자의 삶의 질과도 직결되는데 나이가 들수록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탓이다.

서울에서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29만 가구다. 재건축 여건이 안 되는 아파트들에 리모델링은 마지막 대안이다.

설명환 칼럼니스트
설명환 칼럼니스트는 브랜딩·IR 전문가로 현재 중견그룹의 전략기획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과학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ICT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을 쓰고 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 자문 위원과 국가정보기간 언론사의 객원 논설위원으로 선임되어 IMC에 대한 종합적인 조언을 해오고 있다. 이메일 pr1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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