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후일담] 이건희 회장이 참고할 베를린 정서(情緖)

최영무 201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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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Germany (AVING Special Report on 'IFA 2010') -- <Visual News> (사진설명 1 : 분기별 영업이익 41억불-5조원-을 낸 삼성전자. 요즘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그런 '무지막지한' 숫자를 대하는 유럽인들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 호의적 반응을 보일까, 부정적 반응을 보일까? / IFA프레스컨퍼런스에서 윤부근 사장이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에 무려 41억불이나 영업이익을 냈다고 자랑했다)

글로벌시장에 잘 알려진 메이저전시회에 취재차 오면 항상 만나는 기자들이 있습니다. 올 IFA에서도 어김없이 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까운 친구친지들끼리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어도 매번 그렇게 만날 수 없을 텐데 '업(業)'이 업인지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독일 베를린에서, 일년에 몇 번은 꼭 그들을 만나게 됩니다.

메이저전시회의 프레스룸에 드나드는 부류는 다양합니다. 매우 한정된 분야를 다루는 잡지사기자부터 전문블로거로 활동하는 프리랜서기자도 있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한 분야의 전문기자라고 자처하는 이들은 전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유명 전시회나 컨퍼런스 등 현장바닥을 직접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공부하는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어제는 독일친구가 프레스룸에서 지인이라며 한 애널리스트를 소개해 주었는데 그는 30여년 동안 '3D'만 연구했다는 '대단한' 전문가였습니다. 나이가 일흔을 넘겼을 거라며 귀띔한 친구는 혹시 '3D'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지 그 이에게 물어보라고 말하더군요.

외국 언론인들의 삼성에 대한 시각은 어떻게 변화돼 가고 있을까?

그 독일친구에게 삼성이 이번 IFA에서 공개한 '갤럭시탭'에 대한 반응을 들어보려고 견해를 슬쩍 물어봤습니다. 약간 급하게 말하는 편인 그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삼성에 관해 다양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먼저 최근 삼성은 독일가전시장에서 매우 뛰어난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유럽시장 전체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매우 빠르게 확대시키고 있다며 '정말 대단한 기업'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은 삼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는 "남의 제품을 베끼기 때문"이라고 아주 심플하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저널리스트답게 명료한 키워드를 써서 삼성을 혹평했는데 'Copy Machine'이라는 한마디로 정의(定義)내렸습니다.

그의 주장은 애플 같은 경우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또 모든 제품이 창의성 있게 만들어져 'Soul'이나 'Spirit'이 느껴지지만, 삼성은 경쟁 기업들이 먼저 개척해 놓은 시장이 커지기를 기다렸다가 다른 기업들이 이미 개발해 놓은 제품 중 돈 될만한 것을 '카피(Copy)'하고 몇 가지 기계적 기능을 업그레이드해서 치고 들어오는 규모가 큰 제조업체(Manufacturer)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2년 전쯤 그를 샌프란시스코 'CTIA'전시장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삼성노트북을 하나 샀다며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는데 그때는 삼성에 대해 꽤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올 IFA에서 만난 그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고 의외로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삼성에 대해 출시되는 제품 외에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말하던 그가 이번에는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일하는 현지삼성직원들의 불만과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도 하며 삼성독일법인이 잘 못하고 있는 사항까지도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그가 삼성에 어떤 피해를 볼 위치에 있지도 않고 또 특별히 부정적 감정을 가질만한 이유도 없었음에도 그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은 '정서(情緖)'의 변화라는 말로 설명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현상을 분석하고, 정보를 획득하고 가공해 자기관점으로 표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저널리스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눈치가 훨씬 빨라 상대방의 속내를 삽시간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크리티컬(Critical)한 시각으로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 습관이 돼 특히 삼성처럼 덩치 큰 상대방의 단점을 찾아내는 것은 어쩌면 식은 죽먹기보다 쉬울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직업적 특성이 그렇더라도 그 독일친구에게 삼성은 이미 부정적으로 분류됐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와 얘기할 때 함께 자리했던 다른 독일인도 그의 말을 공감했습니다)

(사진설명 2 : '이미지'는 보이는 것 –논리적인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정서적인 것-에 의해 더욱 강하게 생성된다. 삼성은 제품 잘 만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글로벌시장에 잘 각인시켜왔다. 그러나 정작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는 이미지는 눈에 보이는 화려함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서 생성된다 / IFA삼성전시장 입구모습)

20세기 '경제동물'은 일본, 21세기 경제동물은…??

그 친구가 밝힌 이런 저런 '팩트'를 정리해 간략히 요약하면 <삼성은 '돈'은 많이 벌지만 '이미지'가 나쁘다>였습니다. 그가 대화 중에 과거 일본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거론하면서 '문화적 차이(Cultural Problem)'라며 얘기를 풀어갔지만 듣는 이(한국인)에게는 아주 묘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얘기 중에 자주 <삼성은 돈'만' 밝히는 기업>임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그 친구와 헤어진 다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삼성을 '경제동물(편집자 주 : 집단의 지도자가 사상철학이 없고 기업은 물신주의에 빠져 오로지 '돈' 버는 일에만 관심을 두고 인류사회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 약은 일본인)'에 빗대 얘기하려고 과거 일본기업들의 문제점을 거론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이라는 기업이미지는 아무래도 해외에서 곧 한국전체의 이미지를 대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야겠지만, 이제 머지않아 그 독일친구(또는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언론인)의 생각이 뉴스를 통해 보통 소비자들에게 전이(轉移)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까지 해외언론인들은 삼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대로 공급받을 수 있는 루트도 없었거니와 또 삼성에 대해 깊게 관심을 가질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삼성이 세계곳곳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영향력과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지라 이제부터는 현지 언론인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입니다.

삼성이 자사제품을 판매하는 모든 국가의 언론을 한국처럼 관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큰 돈을 써가며 '언로(言路)'를 통제, 관리할 수 있겠지만 돈을 아무리 많이 버는 삼성이라 할지라도 수 십개국을 한국의 수준으로 관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제조업을 영위하는 삼성의 경영목표 중 하나가 '원가절감(Cost-down)'일 것이기 때문에 해외 현지시장에서 언론을 관리한답시고 돈을 펑펑 쓸 수도 없을 것입니다.

(사진설명 3 : 리더들과 주요구성원의 '속내/문제'는 어디에선가, 어느 순간에 반드시 바깥으로 드러나게 돼 있다. 그런 문제가 끊이지 않고 계속 반복되면 절대 '실수'나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다. 현장에서 기업의 수준과 신뢰를 의심하게 되는 문제가 반복돼 발생한다는 것은 조직의 리더들이 사상과 철학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결국 기업이미지를 부정적으로 흐르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 이번 IFA프레스컨퍼런스에서 갑자기 만들어진 프레스이벤트. 이 행사의 목표-목적-는 무엇이었을까?????)

돈'만' 밝히는 기업에서 돈'도' 잘 버는 기업으로, 'Good Company' 이미지 발신해야

AVING에서 늘 지적하는 얘깁니다만 한국에서 보도되는 삼성관련뉴스를 보면 마치 삼성이 전세계시장을 당장이라도 삼킬 것처럼 느껴집니다. 분기이익이 전세계 제조기업 중 최고를 달성했다는 얘기며, 시장점유율 증가그래프가 하늘을 찌를 듯 상승하고 있다는 얘기, 그리고 다른 경쟁기업(특히 일본기업)들이 삼성에 밀려 곧 파산이라도 할 것 같은 얘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포털사이트에 톱으로 게재가 되고 있더군요.

이번 IFA관련뉴스를 검색해보니 최지성 대표이사의 인터뷰내용 핵심이 역시 '돈' 얘기더군요. 30조원을 어디에 투자하겠다느니, 주인(이건희 회장)이 회사에 복귀하니 '돈' 쓰는 결정(투자)이 훨씬 쉬워졌다느니……

글쎄요, 대표이사가 일년에 몇 번 공식발언을 하는 자리일 텐데 규모가 커진 회사의 전문경영인답게 좀 더 그럴듯한 키워드를 써서, 좀 더 대의명분(大義名分)에 입각한 얘기를 준비해서 하시지…… 누가 들어도 인정할만하고, 삼성의 역사에 남을만하고, 다른 중소기업들이 벤치마킹할만한 얘기를 충분히 할 수 있을 텐데……

오늘도 뉴스를 뒤적거려 보니 여러 미디어들이 삼성이 마치 '세계대전'에서 연일 승전고를 울리고 있는 것처럼 요란하게 승전보를 타전하고 있더군요. 세계TV시장을 석권했다느니, 다른 경쟁기업들을 다 합쳐도 삼성을 못 이긴다느니, '갤럭시탭(태블릿PC)'이 애플이라는 기업을 조만간 문닫게 할 수도 있을 것처럼, 글로벌시장이나 비즈니스생태계의 기본흐름 조차도 모르고 쓴 뉴스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더욱 문제가 큰 것은 삼성홍보실에서도 쓰기 힘들 정도로 도가 지나친 '내셔널리즘(Nationalism)'을 부추기는 뉴스들이 생산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본 순수한 후대들이 "삼성=대한민국"이라는 등식을 머리에 각인시키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과연 '돈'의 힘이 세긴 센가 봅니다.

바깥세상에서 한국의 그런 뉴스를 보게 되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삼성이라는 기업의 틀에 갇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언젠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삼성이 만들어 놓은 벽으로 둘러쳐진 고립된 '섬나라'가 돼 버릴 것 같다는 염려도 없지 않습니다.

삼성이 독주(獨走) 한다는 이미지, 삼성이 독점(獨占) 한다는 이미지, 삼성이 독식(獨食) 한다는 이미지, 삼성이 싹쓸이 하면서 '돈'만 밝힌다는 이미지를 계속 발신하게 되면 어느 날 갑자기 삼성은 글로벌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서(情緖)는 논리(論理)보다 훨씬 더 강하고 빠르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글로벌시장에서도 삼성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생성되고 있다는 점을 (한국인 대부분이 삼성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이건희 회장과 머지않아 '주인'이 될 이재용 부사장이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설명 4, 5 : 삼성이 세상과 공유-Share-해야 할 것은 기술이나 하드웨어에 의한 행복이 아니라 차원이 다른 이념과 사상이다. 삼성의 이념과 사상, 즉 주인인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사장이 남다른 이념과 사상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며 또한 그것을 진정으로 공유해야 삼성은 지속가능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현장에 비쳐지는 삼성의 이미지는 역사적으로 실패한 집단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문제다 / 엄청나게 돈을 벌고 있는 잘 나가는 기업의 리더들에게 과연 무슨 얘기가 귀에 들어갈까마는……)

[※ AVING은 미국시장에서부터 유럽, 중국, 아시아, 한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곳곳에서 삼성의 문제들을 생생히 발견,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번 IFA현장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해외현장을 취재할 때마다 '세계 1등을 외치는 삼성이 겨우 저런 수준 밖에 안되나'할 정도로 차마 입에 담지 못하고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문제들도 발견하게 됩니다. 본 후일담이 특정인의 견해만으로 기록됐을 것이라는 '편견'을 경계하는 의미에서 그러한 점을 밝혀둡니다]

Written by Ideak. Kim
Editor & Publisher
AVING News Corp. USA

Global News Network 'A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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