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08후일담] 삼성, 제품은 최고수준 기자회견은 수준 이하?

심명성 200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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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 VEGAS, USA (AVING Special Report on '2008 CES') -- <Visual News> 개막일을 하루 앞두고 세계주요브랜드의 프레스이벤트가 시작됨으로써 사실상 CES2008이 대단원의 막을 올렸습니다. 현지시간 1월 6일 일요일 아침 8시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호텔 카사노바 (The Venetian, Casanova) 501호에서 열린 LG전자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도시바, 파이오니아, 파나소닉, 샤프, 필립스, 삼성, 카시오, 소니 등의 순서로 프레스이벤트가 장소를 바꿔가며 시간마다 개최되었습니다.

(사진 1, 2, 3: 삼성DM사업부 박종우 사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삼성의 대표이사면 국제전시회인 CES 같은 곳에서 적극적인 세일즈를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국내언론보도에 신경쓰기보다 해외취재기자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 기자회견 중에 박종우 사장이 설명하는 제품을 현지삼성직원들이 나와 들어 보이고 있다 / 기자회견이 열린 베네치안 호텔 마르코폴로 홀)

CES 공식일정의 첫 시작을 알린 프레스이벤트의 주인공은 한국대표기업 중 하나인 LG전자였습니다. LG는 아침 일찍 시작해서인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됐습니다. 백우현 사장(CTO)이 나와 새로운 기술을 발표하는 등 디자인이 강조된 텔레비전과 최근 출시한 듀얼디스플레이폰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부각시켰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국의 DMB와 유사한, 멀티미디어기능을 강화해 이동 중에도 모바일을 통해 디지털TV방송 수신이 가능한 기술인 'MPH'를 소개하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습니다.

프레스이벤트가 대부분 일본가전기업 중심이었지만 오전에는 LG, 오후에는 그나마 삼성이 프레스이벤트를 개최해 한국체면을 세우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최고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의 프레스이벤트(현지시간 1월 6일 오후 2시 '마르코폴로 701, 801호')는 세계적인 제품을 내놓는 기업의 명성과는 동떨어진 듯 보였습니다.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도 없었고 차별화된 특징도, 또 진행과정에서의 질서도 없었습니다. 기자회견내용은 차치하고 진행과정 상 처음부터 끝까지 '글로벌기업' 다운 수준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장소가 너무 좁아 기자회견에 참가하려 했던 취재기자 수 백 명이 아예 입장조차 하지 못한 채 돌아갔습니다. 20분 이상 길게 줄을 섰던 기자들에게 현지직원이 겨우 삼성인터넷주소가 적힌 명함(온라인프레스키트)을 건네 주면서 성의 없이 '이거나 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자 가뜩이나 회견에 참가하지 못한 것에 화가 난 기자들의 인상은 더욱 일그러졌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뒤에서 계속 기다린 다른 기자들은 아우성을 쳤고 일부 기자들은 얼굴을 붉히며 현지직원들에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다 못 들어 갈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또 이 사실을 사전에 뒤 쪽에 줄을 선 기자들에게 미리 알려줬으면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었는데도 삼성은 이 같은 비상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이 매시마다 계속돼 취재기자들은 바쁘게 옮겨 다니면서도 어떻게 하든 해당기업의 기사를 써야 합니다. 막간을 이용해 쓴 기사를 송고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오래 기다렸음에도 입장조차 하지 못한 기자들의 원성은 당연한 일이며 심하게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기념품을 주면서 달래려는 행위도 기자들의 자존심을 더욱 상하게 하는, 원칙 없는 대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상황을 책임질만한 '현장지휘자'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으며 삼성USA 홍보책임자의 책임 있는 해명도 없었고 책임자는 주위만 맴돌다 자리를 피하듯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국현지직원들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만하고 항의하면 이리저리 피하기에 급급했으며 지친 기자들이 자리를 떠나는 것만이 삼성의 유일한 문제해결방법이었습니다.

(사진 4, 5: 일본의 한 유력TV방송취재기자가 삼성제품을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이 기자는 삼성현지직원이 카메라를 몸으로 막자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거칠게 항의표시를 했다 / 삼성기자회견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한 한 장의 사진 – 수준 높은 'SAMSUNG'이라는 브랜드와 쓰레기통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전시된 제품을 촬영하고 있는 일본동경TV, 아사히TV 카메라기자의 카메라를 현지삼성직원이 갑자기 가로막아 화가 난 촬영기자가 막아선 직원의 얼굴에 카메라렌즈를 갖다 대며 거칠게 항의표시를 했습니다. 그러나 현지직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험악한 얼굴로 촬영기자들을 몸으로 밀어 붙였습니다. 그러자 촬영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려놓고 허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싸움 직전의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이 막무가내의 현지직원은 삼성DM사업부 박종우 사장을 한국의 모TV방송이 인터뷰를 시도하자 함께 있던 한국직원이 카메라 뒤에 잡히는 배경 쪽에서 촬영하던 일본TV카메라기자들을 물러나게 하는 사인을 보내자 이 같은 행동을 취했습니다. 기자회견은 기자를 위한 자리이며 더구나 외국의 유력방송기자(손님)가 취재에 열중하고 있는데 이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CEO의 인터뷰만 신경 쓰는 스태프들의 행동은 분명히 지혜롭지 못한 처사였습니다.

또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념품을 나눠주는 과정은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기념품이 모자라서인지 현지직원들과 취재기자들이 기념품을 둘러싸고 밀고 당기는 촌극을 연출하였습니다.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세계적인 전시회의 세계적인 기업의 기자회견장이라고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작년 CES에서도 벌어졌고 독일에서 열린 CeBIT, IFA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이미 예견된 '사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6: LCD텔레비전부문에서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의 SHARP기자회견장. 샤프는 유일하게 테이블이 있는 대규모 홀을 준비하고 도시락까지 준비하는 정성을 보였다)

전시회의 '올림픽'으로 여겨지는 CES는 매년 100개국이상 4,000명이 넘는 취재기자가 참여해 열띤 취재경쟁을 벌입니다. 또 CES주최측인 CEA는 금년부터 블로거기자들에게도 공식적으로 취재자격을 주고 블로거전용 프레스룸까지 준비했습니다. 따라서 삼성 정도의 글로벌기업이라면 예년보다 취재기자가 훨씬 늘어날 것을 예상했어야 합니다.

전세계시장, 특히 미국시장에서 CES만큼 기업관련뉴스의 집중도가 높은 이벤트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글로벌기업들은 CES홍보전략을 각별히 신경을 써서 세우며 심혈을 기울여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가능한 많은 기자들이 이를 취재해 보도하도록 지원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취재기자들이 자사의 제품과 기술을 100개국 이상에 취재, 보도해줌으로써 '기업홍보'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참여기업이라면 당연히 CES홍보전략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사진 7, 8: 지난 해 삼성의 CES2007기자회견장도 기업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빈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 기자회견 한번 했다는 일과성 행사정도로 준비한듯한 CES2008 삼성기자회견장은 올해도 아수라장이었다)

삼성 DM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을 삼성전자DM사업부(한국본사)에서 주관하고 이를 삼성USA와 함께 준비했는데 (이 같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내년부터는 장소를 더 넓은 곳으로 옮겨 준비하겠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이 매년 반복됨으로써 현지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삼성USA 홍보관계자들이 (보이지 않는) 업무과실을 범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기자회견이야 어차피 지나가는 '찰나'의 이벤트이며 '사람이 다치거나 사건이 일어난 일'도 아니어서 삼성 측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 또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삼성홍보관계자들은 한 사람에게 나쁘게 인식된 기업이미지는 250명에게 전달된다는 법칙을 알아야 합니다. 더구나 100여 개국에서 모여든 취재기자들 수 백 명이 잠재적으로 삼성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 '기사'로 더 많은 사람에게 나쁜 이미지를 만들어 전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몇몇 홍보관계자들의 안일한 업무태도가 수 많은 전세계 삼성고객들에게 좋지 않은 기업이미지를 전달하는 나쁜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이를 삼성홍보책임자들은 심사 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삼성이 CES 같은 대규모전시회에 한번 참여하는데 드는 직간접비용이 수 백억 원, 직간접참가인력도 수 백 명이나 될 것입니다. 그 비용의 1%만이라도 기자회견의 수준을 높이는데 쓰고 또 한국본사간부임원 중 몇 사람만이라도 기자회견장에서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면 그 효과는 투자에 비해 매우 높을 것이 확실시 됩니다. 삼성이 여러 사건으로 인해 한국본사의 분위기가 혼란스럽다고 해서 그러한 분위기를 핑계로 가장 중요한 시장인 미국에서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삼성은 여전히 한국최고의 기업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기에 더욱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 AVING Special Report Team for 'CES 2008': Publisher and Editor, Min Choi, Kevin Choi, Caleb Ma, Jason Lee, Rose Kim, Alliyah Seo, Joshua Shim, Li Coffee, Brain Park >

Global News Network 'A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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