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08후일담] 화려한 TV의 등장, 그 뒤에 감춰진 어두움

심명성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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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 VEGAS, USA (AVING Special Report on '2008 CES') -- <Visual News> 에이빙 CES2008특별취재팀은 지난 1월 3일, 캘리포니아지역을 취재하면서 샌디에이고에 들렀습니다. 찾은 곳은 코스트코 샌디에이고(COSTCO San Diego)지점. 입구에 막 들어서니 텔레비전매장이 자리잡고 있었고 매장전면에는 파나소닉과 필립스의 대형텔레비전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드문드문 소니, 삼성 등의 글로벌브랜드가 내놓은 '프로모셔널'제품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 점포가 전략적으로 판매할 요량으로 전면에 전시한 텔레비전은 파나소닉 PDP 58인치 HDTV(TH58PE7U)였는데 우리 돈으로 230만원이 조금 넘는 2399.99US달러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요즘 한국할인점에서 50인치 PDP텔레비전이 300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코스트코의 파나소닉 58인치제품이 얼마나 싼지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똑 같은 크기의 'MAXENT'라는 로컬브랜드 제품은 파나소닉보다 무려 900달러나 싼 1499.99달러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존의 텔레비전브랜드들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그 가격에 제품을 내놓을 수 없을 겁니다.

(사진설명 1, 2, 3 : 화려한 텔레비전의 등장. 글로벌브랜드들은 텔레비전이 제품으로서보다 전략적으로 가지는 의미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코스트코'는 2007년 비지오(VIZIO)라는 브랜드를 미국시장에서 일약 '스타브랜드'로 올려놓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유통점포인 것을 떠올린다면 이 점포의 주인공은 'VIZIO'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브랜드는 지난 해 미국시장에서 텔레비전시장의 전통적 강호, 소니(SONY)와 삼성 같은 글로벌브랜드를 제치고 평판텔레비전(수량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바 있습니다.

쟁쟁한 브랜드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힌 비지오(VIZIO)의 가격은 과연 어떨까요? 이 회사제품 50인치 PDP텔레비전(VP50HDTV20A)가격은 1199.99달러, 이에 반해 파나소닉 50인치(TH50PC77U)는 1849.99달러라는 가격표가 제품에 붙어있었습니다. 똑 같은 화면크기에 가격차이는 650달러나 됩니다.

LCD텔레비전 쪽도 다른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한데 37인치 LCD HDTV (VX37L)는 749.99달러, 이에 반해 같은 크기의 삼성제품(LNT375H)은 1049.99달러에 팔리고 있어 300달러나 차이가 났습니다. 비지오(VIZIO)의 42인치 LCD TV(VU42LF)는 1049.99달러, 47인치(GL47FHDTV)는 1399.99달러에 팔리고 있었으며 비슷한 크기의 SONY 브라비아 46인치는 1999.99달러로 무려 600달러 이상 저렴했습니다.

이렇듯 'VIZIO'가 많이 팔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값이 싸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이 PC모니터를 대체하는 등 실용제품으로 변화되고 있고 또 미국소비자들의 실용주의가 브랜드보다 값이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게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비지오는 이제 유명한 '아메리컨풋볼'선수를 전면에 내세워 '브랜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창업자는 공공연히 조만간 브랜드파워에서도 'SONY'를 앞서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진설명 4, 5, 6 : 글로벌브랜드들은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훨씬 뛰어난 화질을 볼 수 있고 전기효율까지 극대화한 환경친화적인 텔레비전을 선보이고 있으며 더 얇고, 더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CES2008에 'VIZIO'는 다른 글로벌브랜드처럼 전시관을 크게 만들어 참가하거나 대규모의 프레스이벤트도 열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여타 글로벌브랜드들이 매우 감성적인 '슬로건'을 내걸어 프리미엄을 외치고 또 최고의 디자인이니 기술이니 하면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비지오가 만들어 놓은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한 가전기업 관계자는 "VIZIO의 초저가 가격전략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프리미엄전략까지도 위협받고 있다"며 "고급제품이라도 VIZIO의 가격전략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 놓았습니다. 또 한국대표기업의 고위임원도 "VIZIO나 폴라로이드 등 미국로컬브랜드의 초저가전략 때문에 한국가전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싸게 팔지 않을 수 없다"고 한숨지었습니다.

(사진설명 7 : 즉석필름사진기로 유명한 'Polaroid'도 최근 'VIZIO'와 함께 미국시장에서 초저가텔레비전을 출시해 TV시장에 진입했다. 'VIZIO'의 성공은 다른 많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중소기업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로스엔젤레스(LA)에서 만난 현지 가전유통업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모(模)브랜드의 텔레비전제품을 최근 매장에서 철수시킬 수밖에 없었다며 이미 받아놓은 제품도 고스란히 재고로 남을 것 같다며 걱정했습니다. 그나마 냉장고와 세탁기가 팔리고 있어 다행이랍니다. 앞으로 냉장고나 세탁기도 'VIZIO'같은 초저가브랜드가 출현해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겠지요.

이번 CES2008에서 글로벌브랜드들이 갖은 첨단기술 - 더 선명하고 더 얇고, 더 가벼우며 더 많은 기능이 탑재돼 있는 - 을 첨가하고 뛰어난 디자인을 가미해 개발한 텔레비전을 화려한 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지만 속은 새카맣게 타 들어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선두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개발비용과 마케팅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비용스트레스가 커지고 또 잘 발달된 제조, 유통인프라를 이용해 초저가제품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비지오(VIZIO) 같은 새로운 경쟁자들과 가격싸움도 해야 하니 피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진설명 8 :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모들과 뭔가 숙의하고 있는 삼성전자 DM사업부 박종우 사장. 박사장은 올해도 텔레비전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겠노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2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1위를 하고 있어도 최고경영자로서 감내해야 할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이익이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삼성, 최근 글로벌브랜딩에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LG 등 한국기업들이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어떻게 이익을 내는 전략을 만들어갈지 궁금합니다. 아마 지금부터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제조, 유통, 마케팅전략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향후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CES2008 3일 째, 라스베이거스의 드넓은 전시장에서 오늘도 기업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 AVING Special Report Team for 'CES 2008': Publisher and Editor, Min Choi, Kevin Choi, Caleb Ma, Jason Lee, Rose Kim, Alliyah Seo, Joshua Shim, Li Coffee, Brain Park >

< AVING Special Report Team for 'CES 2008': Publisher and Editor, Min Choi, Kevin Choi, Caleb Ma, Jason Lee, Rose Kim, Alliyah Seo, Joshua Shim, Li Coffee, Brain Pa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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