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BIT2008후일담] 외로운 '삼성전자'

심명성 200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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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OVER, Germany (AVING Special Report on '2008 CeBIT') -- <Visual News> 하노버날씨처럼 좋지 않은 CeBIT2008 분위기

CeBIT이 열리는 기간의 하노버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못해 때로는 참관객들을 곤혹스럽게까지 만듭니다. 2006년에는 눈보라가 아주 심하게 쳤고 전시기간 내내 진눈깨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았으며 지난해는 개막일 따뜻하던 날씨가 강한 바람이 불며 영하로 곤두박질쳐 영하 10도이하의 체감온도를 느끼게 했습니다. 올해는 청명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비바람이 몰아쳐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몇 일 동안 하노버주위의 독일북부지방에는 대형태풍 같은 강한 비바람이 불어 건물이 파괴되거나 큰 나무들이 뿌리 채 뽑혔고 다리가 부러지는 등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설명 1 : 'CeBIT Weather'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노버 날씨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내리며 아침저녁에는 체감온도가 많이 떨어진다)


오픈하기 전부터 예상한 일이었고 이미 개막 하루 전 기자회견, 프레스투어(Press Tour)를 참가하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지만 CeBIT은 하노버의 날씨처럼 매우 궂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개막일 하루 동안 현장을 돌아본 결과 '이제 CeBIT은 더 이상 세계최대, 최고IT전시회'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동안의 최대, 최고라는 명성은 한때 IT시장이 활황이었을 때뿐이었습니다.

독일 '로컬(Local)전시회'로 전락한 CeBIT

지난 해까지만 해도 그나마 삼성과 몇몇 일본대기업들이 참가했던 '2 Hall'인 '글로벌브랜드'관은 어느 정도 분위기를 살렸습니다만 올해는 뉴스의 초점이 되는 글로벌브랜드나 신기술, 신제품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종전의 글로벌관이었던 '2Hall'은 다른 카테고리로 채워졌으며 '26Hall'에 그나마 글로벌브랜드라고 여겨지는 기업들을 죄다 모아 놓았는데 삼성을 제외하면 글로벌브랜드라고는 모바일 쪽의 소니에릭슨(독일브랜치에서 운영) 밖에 없습니다. 종전에 비해 규모를 크게 늘리며 부스를 꾸민 'ASUS'가 글로벌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데 나머지 브랜드는 중량감이 많이 떨어지며 '파나소닉'처럼 주력제품은 거의 전시하지 않고 참가시늉만 하는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

'기자회견(Press Conference)'은 대부분 독일현지미디어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으레 독일시장만 강조합니다. 야후(Yahoo)본사의 부사장(Executive Vice President)이 진행하는 기자회견조차 독일어 보도자료(Press Kit)만 준비하고 영어보도자료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라며 명함을 나눠주는 것을 보면 분위기가 어떤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끔 하루 일정이 끝난 뒤 실시하는 이벤트는 독일이나 특정유럽국가의 취재기자만 참여케 하는 것에서도 CeBIT의 컨셉(Concept)이 '인터내셔널에서 로컬'로 급격히 변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시회의 중요한 이슈를 만들어 내는 '키노트연설(Keynote Speech)'도 거의 유명무실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월 4일 첫날, 마이크로소프트의 'COO'인 'Kevin Turner'가 연사로 나섰지만 컨퍼런스홀이 텅텅 빌 정도로 참여도는 매우 저조했습니다. 연사는 원고를 읽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었고 아예 파워포인트 등 자료는 준비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국제전시회든 'Keynote Speech'는 늘 화제를 만들어 내며 주로 세계적인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오기 때문에 취재경쟁이 치열하고 행사장은 항상 참관객들로 만원을 이룹니다.

(사진설명 2, 3, 4 : 사르코지 프랑스대통령, 메르켈 독일총리, 스티브발머 MS CEO 등이 참여한 식전행사가 주최측이 발행하는 CeBIT News에 보도됐다 / MS의 COO 케빈터너의 Keynote Speech 이벤트 – MS 측 VIP가 CeBIT에 여러 명 참여한 이유는 최근 MS가 EU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부과 받는 등 정치적으로 '찍힌' 것 때문이라는 견해도 없지 않다 / 북쪽 주출입구에 세워진 프랑스국가관 광고판 – 이곳에 기업광고판이 붙어 있어야 하나 프랑스국가관 광고판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CeBIT의 향후 행보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정치적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CeBIT

개막 전날인 3월 3일에는 CeBIT의 식전행사가 있었습니다. 독일 총리와 특별히 초청된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참여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발머 CEO도 왔습니다. 얼른 보면 주최측이 꽤 괜찮아 보이는 '그림'을 그려냈지만 전시회분위기를 띄우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주최측에서야 자국의 총리가 오고 유명국가원수가 참여하면 대단한 것처럼 느낄 수 있겠습니다만 실상 전시회를 참여하는 기업이나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본질에 벗어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어쩌면 CeBIT은 전세계 전시산업 1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에게는 자존심처럼 여겨지는 이벤트일 것입니다만 총리까지 앞장서고 다른 나라 국가원수까지 초청해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하지만 대세를 돌리기엔 이미 때가 늦은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취재 온 기자들은 CeBIT측이 전시회 자체가 부진해지자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노버'라는 도시를 유명하게 만든 'CeBIT'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스위스에서 참가한 네슬레 씨는 "CeBIT은 모든 것이 좋지 않아 보이며 주최측이 제대로 운영할만한 돈이 없는 것 같다"며 이번 CeBIT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습니다. 그리고 CeBIT이 독일로컬전시회로 전락한 것과 부진을 정치적인 이벤트로 만회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브랜드의 PR에이전시 관계자는 "이번 CeBIT은 화제거리가 전혀 없으며 국제전시회가 아니라 독일지역 전시회"라며 글로벌브랜드가 CeBIT전시회에 참여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그는 내년부터 자신들의 클라이언트가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CeBIT측은 작년부터 급격히 분위기가 침체되자 시내호텔숙박료를 인하시키겠다는 등 대책을 내어 놓았습니다만 이는 참여하는 기업들에게는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하노버의 분위기는 CeBIT의 부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박의 경우 작년보다 값을 더 올려 받으려 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하룻밤에 인당 50유로였으나 올해는 70유로를 부릅니다) 최소 하루 50유로를 지불하지 않으면 방을 얻을 수 없습니다. 물론 호텔은 엄청나게 비싸서 웬만한 참여기업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노버는 전시산업으로 도시전체가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만 CeBIT이 로컬전시회로 전락하면 그 동안 전세계에서 전시회를 찾았던 참관객들이 많이 줄어들어 시민들이 얻을 수익은 줄어들 게 뻔합니다. AVING 취재진이 전철역(S-Bahn)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독일의 한 가장(家長)을 만났습니다. 그는 "숙박할 집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싸게 줄 테니 우리집으로 오라. 5분간만 시간을 내주면 집을 보여줄 테니 같이 가자"고 계속 졸랐습니다. 숙박할 집이 있다고 하자 "다음에 예약해도 좋다"며 자신의 집은 최근에 지어진 집이라 깨끗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주소와 연락처를 적어 주고도 한참을 취재팀의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사진설명 5, 6 : 예년 같으면 CeBIT참가기업들의 광고판이 여기저기 나붙고 뭔가 축제분위기를 물씬 풍긴 하노버공항이었지만 금년에는 '썰렁'하다. 하노버는 전시산업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도시이므로 CeBIT의 위축은 다른 전시이벤트에 까지 영향을 줄 수 있고 도시전체의 수익을 떨어뜨릴 것이다)

CeBIT, 생존을 고민해야 할 때?

'컴덱스(COMDEX)'는 20여 년간 세계최대의 컴퓨터관련전시회라는 명성을 날렸고 한때 전시산업이 돈이 될 때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거액을 들여 이 전시회의 운영권을 사들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컴덱스는 지금의 'CES'로 합병되었으며 더 이상 그 명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시산업은 서서히 부진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참가기업들이 외면하면 사라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CeBIT은 지난해부터 급작스럽게 뭔가 안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하노버메세로 오는 아침 전철은 붐볐으며 취재기자들은 하루 종일 긴장감이 넘치는 스케줄로 바빴고 저녁 무렵엔 축제분위기로 전시장 전체가 참가기업관계자와 바이어들로 북적거렸습니다만 올해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처럼 분위기는 침체돼 있습니다.

CeBIT을 둘러싸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들 – 비싼 유로화, ICT산업의 수익구조악화, 비즈니스하기엔 변덕스러운 하노버날씨, 글로벌기업 및 글로벌미디어의 외면, CeBIT주최측의 수익악화로 인한 서비스수준저하 등 구조적인 문제, 여기에 더해 전시장 주변 숙박비를 비롯한 하노버의 비싼 물가…… -은 쉽게 해결하기 힘들 것입니다. 전시주최측이 생존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유럽국가들을 끌어들여 국가관을 세우게 한다든지 아예 로컬미디어파워를 활용해 별도의 유통업자들을 위한 전시관을 운영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나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세계적인 IT, CE전시회에 참여하는 주요국가는 아시아의 한국, 일본, 대만, 중국입니다. 특히 주최측은 한국, 일본의 글로벌기업들의 대규모 부스계약과 스폰서를 이끌어내야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이는 CeBIT뿐만 아니라 미국라스베이거스의 CES, 독일베를린의 IFA, 스페인바르셀로나의 MWC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CeBIT은 가장 중요한 고객인 한국과 일본 글로벌기업을 참여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이들 글로벌 IT, CE기업과 거래하고 싶은 기업들까지도 CeBIT참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사진설명 7, 8 : 외로운 삼성 –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글로벌브랜드로는 전사차원에서 CeBIT에 거의 유일하게 참여한 삼성. 이벤트스폰서를 하고 그나마 제품라인을 골고루 전시했다)

CeBIT의 발전적 생존을 기대하며

세계 ICT산업발전을 위해, 특히 아시아기업의 유럽시장진출의 교두보역할을 하는 CeBIT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합니다.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CeBIT이 취해야 할 조치들이 아주 많겠습니다만 근본적으로 기업들의 참여를 꺼리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왜 외면당하고 있는지에 대해 심사 숙고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CeBIT의 큰 카테고리 중 하나인 '휴대폰(Mobile)'을 빼앗아 간 스페인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가 적극적인 PR, 좋은 이미지를 전세계에 발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PRESS(Media)'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연구해봐야 할 것입니다.

CeBIT이 지난 시절 한때 세계최고, 최대였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처음 출발한다는 심정으로 발전적 생존을 이루어내길 진심으로 기대해마지 않습니다. 내년에도 AVING이 대규모 취재팀이 참여해 많은 뉴스를 생산, 전세계에 공급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사진설명 9, 10: 이번 CeBIT에서 대규모 Booth를 준비하고 취재기자들에게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기업은 'ASUS'. ASUS는 최근 전세계시장에 출시에 인기를 끌고 있는 'Eee PC'를 집중 홍보했다)

< AVING Special Report Team for 'CeBIT 2008': Publisher and Editor, Min Choi, Kevin Choi, Jason Lee, Joshua Shim, Caleb Ma, Danyan Yu >
Global News Network 'A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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