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토로라 해법, 21세기에 대한 이해로부터!

서민호 200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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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Korea (AVING) -- <Visual News>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부문 분사를 두고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모토로라는 26일(현지시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휴대폰 사업부문과 광대역모바일사업부문이 분리되면서 '각 사업에 최적화된 자본구조(more tailored capital structures)'를 확보하고 '각 사업에 최적화된 경영전략(management focus)'을 수립할 수 있고, 주주들에게는 '각 사업에 최적화된 투자기회(more targeted investment opportunities)'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tailored', 'focus', 'targeted' 등 반복적으로 사용된 같은 의미의 단어를 통해 모토로라는 분사 자체가 각 사업의 전문성을 보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로 모토로라가 제시한 해법에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만 등장할 뿐 '제품'과 '사람'이라는 기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Not '기업', but '제품'

포춘(Fortune)은 26일자 'Motorola: It's the phones' 라는 타이틀의 기사에서 "문제는 휴대폰(phone)이다. 비즈니스(business)가 아니다. 기업을 분사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토로라 제품의 경쟁력과 인적자원의 적절한 활용 등에서 찾지 않고, 사업부문을 사고 파는 과정을 통해 기업을 디벨로핑하는 데만 관심을 두는 모토로라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포춘에서 테크놀리지 블로그를 운영하는 'Jon Fortt'는 27일자 'Motorola's split decision may be the wrong call'이라는 타이틀의 기사에서 "모토로라의 문제는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그 원칙(discipline)에 있다"며 "모토로라 이사회는 문제만 발생하면 항상 사업부문의 매각과 분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모토로라는 더 이상 팔 것이 없을 때까지 기업을 팔려고 할 것"이라고 'Campbell Asset Management'의 'Shawn Campbell'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대적인 기업지배구조 하에서 CEO가 제품과 시장에 집중해 경영판단을 내리고 각 부문의 전문가 및 실무자와 함께 길고 지루한 혁신 프로세스를 밟아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이 시장에 제공하는 제품과 효용성보다는, 기업 그 자체를 사고 파는 일과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수익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전자와 비교해 훨씬 손쉬운 결정이면서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투자자들과 경영자들에게 피할 수 없는 유혹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토로라의 휴대폰 부문 실적악화와 분사에 이르는 경영판단은, 현대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유혹과 그에 따라 영속하는 기업과 쇠락하는 기업이 결정되는 일련의 과정을 대표적으로 설명한다.

Not '레이저', but '플랫폼'

모토로라의 제품철학 역시 문제의 본질로 지적되고 있다. 모토로라는 'Ed Zander' 회장 시절 전 세계적인 스타 휴대폰 '레이저(RAZR)'를 만들어낸 대신,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휴대폰 생산을 가능케 해 줄 '플랫폼(platform)'을 놓쳤다.

이 기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노하우를 마스터한 노키아는 스타 휴대폰 하나 없이 모토로라를 멀리 따돌리며 전 세계의 다양한 국가에서 하나의 플랫폼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현지화된 신제품을 런칭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

반면, 모토로라는 2006년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사 'TTP Com'를 인수하며 기존에 존재하던 상이한 플랫폼들을 통합하고 효율성을 높이려 했으나 이에 실패하고, 중국, 유럽, 미주 시장에서 각각 상이한 운영체제를 가져가면서 표준화된 플랫폼을 소유하는 데 실패했다.

모토로라 '레이저'는 당시 마케팅 전문가를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타 기업이 따라야 할 마케팅 표준으로 제시되기도 했으나, 실상 휴대폰 비즈니스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하나의 단품이 거두는 이벤트성 성공이 아니라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표준화와 효율성의 추구에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Not '20세기', but '21세기'

모토로라의 해법은 기본적으로 '21세기'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1세기'에 대한 이해는 구체적으로 '21세기적 인재'에 대한 이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을 모토로라 직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휴대폰 부문 분사관련 기사에 댓글을 통해 "휴대폰 부문 분사는 시장과 소비자가 아닌 투자자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단기적인 미봉책(a short term fix)일 뿐"이라고 밝히면서 "모토로라의 해법은 1. 경영진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put a bit more faith in its people (not middle management) and let some of those voices be heard), 2.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right people are put in charge), 3. R&D와 제품개발에 투자하는 것(funding into the R&D side of the house), 4. 애플이 가진 것과 같은 창의적인 인재를 가지는 것(get some creative thinkers like Apple has into this company)"이라고 밝혔다.

21세기 지식근로자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의 생산시설은 지하 1층이나 부지가 싼 곳에 위치하지 않고 지식근로자의 두 귀 사이에 존재하게 됐다. 때문에 21세기형 지식근로자들은 언제든지 '지식'이라는 생산시설을 그대로 가지고 자신의 가치를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기업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21세기적 인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의 청사진을 설계하는 기업들은 영속하는 기업으로 남을 수 있는 반면, 시장에서의 '자산가치'라는 허상을 쫓으면서 '인재'라는 실상을 놓치는 기업들은 급속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모토로라는 분사한 휴대폰 부분의 리더를 찾고 이 사업이 제자리를 잡아가도록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 기업들은 제품개발과 인적자원의 배치와 관련된 복잡한 혁신과정보다 투자시장에서의 단기적인 기업가치평가에 집착하고자 하는 유혹, 효율성과 체계성에 기반한 지루한 혁신 과정보다는 단기간에 흥행할 수 있는 이벤트성 단품을 만들어내고 싶은 유혹, 21세기적 인재에 대한 이해와 그에 기반한 기업의 청사진 설계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수익이나 명예, 권력추구에 기반한 의사결정의 유혹에 끊임없이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적 지식근로자들이 기업의 실상을 이루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이와 같은 기업이 영속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모토로라의 해법을 21세기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할 것을 권유한다.

Global News Network 'A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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