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더 빠르게 보다 더 정확하게’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도전의 산물 토요타 ‘GR 팩토리’

2025-11-07     최상운 기자
토요타 모토마치(元町) 공장 내 위치한 GR 팩토리 전경 모습. | 제공-토요타 자동차

나고야시에 위치한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정도를 달리니 아이치현에 있는 토요타 모토마치(元町)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토요타 모터스포츠의 상징인 GR 팩토리가 있는 공장치고는 그리 화려한 모습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 공장과 사뭇 다르지 않았으며 1959년에 세워진 만큼 세월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무래도 모터스포츠의 화려함과 역동적인 모습을 담은 공장 모습을 상상했지만, 외형적인 모습은 매우 평범했다.

화려한 멋은 없지만 토요타의 모토마치 공장은 일본 내에서도 핵심적인 요충지 역할을 맡고 있다. 약 9,500명의 직원이 전 세계로 수출할 14개의 차종을 하루에 600여 대나 뽑아내고 있기 때문. 무엇보다 일본 최초의 양산형 승용차 공장으로 렉서스 LFA, 수소전기차, 전기차 등 토요타의 상징적인 차량을 생산하며 상징적인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또, 공장 내 자리 잡은 ‘GR 팩토리’ 역시 토요타 모터스포츠의 DNA를 담아낼 고성능 차량을 생산 및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GR 팩토리는 2020년 ‘GR 야리스’를 시작으로 2022년 ‘GR 코롤라’를 연이어 생산했으며, 2025년 8월부터는 렉서스 브랜드의 LBX 모리조 RR도 라인업에 추가했다.

GR 팩토리 로고가 커다랗게 보이는 문을 지나 내부로 진입하자 눈에 띄는 점은 일반 자동차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Conveyor belt)’ 라인이 전무하다는 것. 사실 자동화 공정, 빠른 속도, 편리성 등을 따진다면 컨베이어 벨트는 자동차 공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 중 하나다.

GR 팩토리 내부에 설치된 무인운반차량(AGV, Automated Guided Vehicle)’ 모습. | 제공-토요타 자동차

사라져 버린 컨베이어 벨트 대신 GR 팩토리는 ‘셀(Cell)’ 생산 방식에 ‘무인운반차량(AGV, Automated Guided Vehicle)’의 조합을 선택했다. 이로인해 일반 공장보다 작업자의 개입 시간과 비용이 동시에 증가했지만, 고성능 차량에 걸맞은 고품질 및 고정밀 생산에 자동화까지 겸비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출 수 있게 됐다.

GR 팩토리는 크게 △보디 △조립 △검사 등 3가지 공정을 거치게 된다.

먼저 보디 공정은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작업이며 ‘언더 보디 용접→메인 보디 가조립→보강 용접→보디 정밀도 검사’ 순으로 진행이 된다. GR 모델들은 일반 양산 모델 대비 높은 차체 강성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작업이 추가되는 편이다.

‘GR 야리스’의 경우 용접 포인트뿐만 아니라, 구조용 접착체도 더 많이 들어간다. 토요타 관계자는 “일반 야리스 모델의 용접 포인트는 3,700개이지만 GR 야리스는 4,500개로 대폭 증가한다. 또, 구조용 접착제도 일반 모델보다 1.5배 많은 약 35m를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용접 과정은 매우 꼼꼼하게 진행된다. 8대의 로봇이 용접을 진행하며, 이후 차체 하부의 홀 위치를 소수점 단위(mm)까지 측정한 뒤 데이터를 분석 시스템에 적용, 수많은 부품의 미세한 오류까지 체크를 한다.

GR 야리스 모델의 얼라이먼트 조정을 위해 무게추를 시트에 고정하고 있다. | 제공-토요타 자동차

‘조립 공정’ 역시 일반 공장과 다른 모습이었다. 컨베이어 벨트를 사용하는 방식은 하부 부품을 중간 단계에서 조립하며 차체를 매단 상태에서 조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작업 중 멈추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GR 팩토리에서는 상황에 따라 9분간 정지 정지 상태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는 흔들림 없는 상태에서 부품을 조립해 정밀도와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독특했던 것은 차량의 하부 부품을 바닥에 정확하게 세팅한 후 차체를 위에서 내리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흔들림을 최소화하고 중력이 실린 조건하에 작업을 진행해 마지막까지 조립 정밀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다음은 ‘검사 공정’을 거치게 된다. 고성능 차량답게 ‘얼라이먼트’ 조정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다. 연료를 가득 채우고 운전자 2명이 탑승했다는 환경을 가정하기 위해 무게추를 시트에 고정한 후 조정을 시작한다. 일반적인 얼라이먼트 방식은 전·후륜을 동시에 조정하지만, GR 모델들은 ‘측정 → 후륜 조정 → 재측정 → 전륜 조정 → 최종 확인’ 등 3단계 절차를 거치며 미세한 오차도 놓치지 않는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인증 테스트 드라이버가 직접 실주행 테스트를 진행한다. 120~130km/h 속도로 롤러에서 주행하며 차량의 직진 안전성은 물론 후진 및 제동 반응, 소음, 노면 대응 성능 등을 모두 확인 후 최종 출고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카와키타 아츠시(Kawakita, Atsushi), 스즈키 세이지(Suzuki, Seiji) GR 매니지먼트 디비전 프로젝트 매니저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제공-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1,082만 대!’


이는 토요타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의 대수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본다면 현재 GR 팩토리 공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정 속도, 판매량 등 모든 과정이 매우 낯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GR 팩토리의 아웃풋(output)은 글로벌 판매량 1위와는 전혀 매치가 안 되기 때문.

2020년 8월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Toyoda, Akio)은 ‘GAZOO’는 토요타의 변혁을 의미한다며, 그룹 내에서 선두를 지키기 위한 ‘개척자’라는 인식을 강조했다. 또한 ‘더 좋은 차 만들기’라는 그룹의 본질을 잊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현장에서 만난 카와키타 아츠시(Kawakita, Atsushi) GR 매니지먼트 디비전 프로젝트 매니저 역시 “GR 브랜드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고 명확하다. GR 브랜드의 출발점은 모터스포츠였지만, 그 성능이 서킷에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서킷, 랠리 등에서 얻은 노하우를 양산 차에 잘 녹여내는 것이 GR의 핵심 역할이다. 즉, 토요타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더 좋은 차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투어를 하는 동안 공장 내에서 생산만을 위한 급급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의 완성차 제조 공장을 보면 자동화를 몇 프로까지 적용했는지, 얼마나 빨리, 더 많은 자동차를 뽑아낼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토요타가 놀라운 것은 폭스바겐, 현대자동차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더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GR 팩토리와 같은 공장을 유지함은 물론,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토요타가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와 탄탄한 내구성은 ‘더 빠르게, 더 많이’ 보다 ‘더 정확하게, 정밀하게’라는 가치를 직접 보여준 ‘GR 팩토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