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실패 이유, "시장이 원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때문"
- ‘수영’을 배우듯 ‘창업’도 방법을 배우고 훈련하면 실패 확률 낮아져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이동형 센터장 | 촬영·편집 - 에이빙뉴스 최승연 기자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이동형 센터장 | 촬영·편집 - 에이빙뉴스 최승연 기자

[에이빙뉴스 부울경본부=최승연 기자] 경상남도 지역 스타트업의 힘이 되어주고 ’경남지역 유니콘 기업 육성’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힘써온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최근 예비 창업인을 대상으로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설명회’와 도약기 기업 고도화를 위한 ‘2024 수도권 투자 인사이트 밋업’을 성료했다.

이에 본지는 2020년 6월 29일 제3대 센터장에 취임한 이후, 지난 3년간 전국 최초 실습형태의 창업 사업화 검증 및 입문 프로그램 ‘콘프로젝트(CORN Project)’를 시행하며 ‘생각이 현실이 되는 공간’, ‘꿈이 현실이 되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쉼없이 달려온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경남창경)의 이동형 센터장을 만나 지역 창업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필수 요소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작년 7월부터 제4대 센터장 연임을 축하드리며,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A. 이동형 센터장 : 경북 영주 출신으로 경북대학교 유전공학과를 졸업하고 LG-CNS에 입사했다. 이후 KAIST 경영공학 석사 과정에 진학해 5명의 대학원 동기와 벤처투자를 받아 싸이월드(CyWORLD)를 공동 창업했다.

사이버(cyber)와 ‘사이’, 곧 ‘관계’를 의미하는 ‘싸이월드’는 고유명사가 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미니홈피’로 서비스 대중화를 이뤘고, 중국, 베트남, 독일, 대만,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사업에도 참여했으며, 한때 직원이 40명에서 300명까지 늘었을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01년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IT 경영자 SEIT프로그램’과 2012년 창업진흥원이 주관한 40여 개 스타트업팀들과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생태계 문화를 접했던 경험을 발판 삼아, 2013년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 운영위원’과 2014년 미래유망 창업 기업지원 프로그램 ‘TIPS 운영사 선정 및 창업팀 평가위원’ 등을 맡으며 지금까지 활동해 오고 있다.

또한 2015년부터 스타트업 교육과 멘토링을 위해 ‘창업자·벤처투자 심사역·대학교 기업가정신센터 교수들’과 설립한 협동조합 ‘피플스노우’를 운영하는 등 창업의 다양한 경력과 풍부한 경험들을 경남 창업생태계를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Q.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소개 및 역할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A. 이동형 센터장 : 경남창경은 ‘생각이 현실이 되는 공간’이다. 대부분 새로운 사업에 대한 생각을 품고 이곳에 온다.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을 위해 사업화 자금지원 및 사무실과 같은 업무 공간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경영 자문이나 멘토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투자자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8년부터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13개 펀드, 146억2,000만 원을 운용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창업기업 44개사에 총 83억 원을 투자했다. 센터가 운용하거나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펀드 외에도 지자체와 금융기관 등의 출자를 통한 지역 창업펀드 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개소 10주년을 앞두고 있으며 꾸준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공간 △인력(인재) △사업자금(투자 및 대출) △시장(고객을 만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이 순서대로 필요하다고 본다. 가장 먼저 정확한 업무를 볼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저렴한 공간, 그다음이 사업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일할 이들과의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 세 번째, 사업의 기본 자금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고 마지막이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물품을 사용해줄 사람 즉, 고객층이 있어야 한다.

예비·초기 창업자가 아이디어만으로 사업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경남창경에서 위 네 가지 모두 충족할 수 있게 만들어 가는 중이다. 지역 특색에 맞도록,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춘 액셀러레이팅과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어 건강한 체질의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이동형 센터장 인터뷰 모습 | 촬영 - 에이빙뉴스 최승연 기자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이동형 센터장 인터뷰 모습 | 촬영 - 에이빙뉴스 최승연 기자

Q. 경남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A. 이동형 센터장 : 솔직히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인력과 자금 문제가 가장 어렵다.

개인적으로 청년인구 유출의 가장 큰 원인은 가장 먼저 젊은 여성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본다. 경남의 제조업 기반 산업과 남성 위주의 기업문화로 인해 여성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힘들고, 이로 인해 여성친화적인 문화와 기업이 많은 수도권으로 여성이 이주하면, 결혼 적령기의 남성들은 결혼할 배우자를 찾기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라 남녀 모두 더 많은 기회와 성장을 위해 떠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보수적이고 변화하기 힘들다 해도, 지역의 현재와 산업의 미래를 위해 여성친화적인 기업문화로 계몽시키는게 정말 중요하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해 인력 부족 문제는 두 번째이고, 더 큰 문제점은 ‘자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수도권의 투자자를 모으는 것에 집중했다. 그 결과 중 하나로 지난 2022년도부터 팁스(TIPS:투자형 연구비 지원프로그램) 운용사로 선정됐다.

경남창경이 유망한 창업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보육해 중소벤처기업부에 추천하면 평가를 거쳐 ‘팁스 기업’으로 선정되는 프로세스이다. 선정된 기업은 투자금에 매칭하여 최대 7억 원의 R&D 자금과 해외 마케팅 자금 등을 추가로 지원받는다. 또한 성장 과정에서 전담 대기업을 비롯한 지역의 중견·중소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협업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Q. 창업도시로서의 ‘경남’은 어떠한 곳인가?


A. 이동형 센터장 : 역설적이지만 문제가 많기 때문에 기회가 많은 곳이다. 수도권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사업이 많고 경쟁자도 많다. 그에 비해 경남은 사업으로 문제를 해결할 곳이 더 많기 때문에 지역 현안을 사업적으로 풀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창원, 경남이 오히려 좋은 기회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발달된 경남이기 때문에 솔루션 개발 인프라가 좋고, 그 솔루션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잠재 고객이 많다. 한마디로 제조업 기반 테크분야가 사업하기 좋고, 그에 맞는 기술자가 있어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특화된 좋은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Q. 창업 입문 프로그램으로 입소문 난 ‘CORN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A.이동형 센터장 : 앞서 지역 스타트업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금’이라 설명했는데, 투자금의 규모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창업자 개인의 자금운영 역량이 부족한 것을 현장에서 많이 보았다. 이전의 너무 많은 창업가들이 정부지원사업 자금으로 창업에 대해 ‘학습’을 하는 게 안타까웠다. 쓸데없이 시간과 자금을 낭비하기 전에 미리 창업 훈련을 한다면, 사업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55세 때 뒤늦게 수영을 배우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창업 과정 및 스타트업의 생존은 ‘수영’과도 같다는 것이다. 물에 뜨는 법, 숨쉬는 법, 팔을 휘젓는 법과 발차는 법 등, 수영에 대한 기술을 배우면 우리는 물에 떠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창업도 이와 마찬가지로, 익혀야 할 기본적인 스킬만 숙지하면 최소한 실패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준비나 훈련없이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물에 뛰어들면 당연히 물을 먹으며 허우적거리며 실패하게 된다. 수영하는 법을 배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듯, 창업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콘 프로젝트(CORN Project)’를 만들고 운영하게 됐다.

콘 CORN 프로젝트 소개 | 이미지 제공 -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콘 CORN 프로젝트 소개 | 이미지 제공 -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CORN 프로젝트’는 'Customer Oriented ReNovation'의 약자로 '고객지향혁신'을 의미한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시장이 원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콘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8시간을 투자해 고객 입장에서의 아이디어 사업화 검증 실습을 진행한다. 고객 개발, 제품 개발, 사업 개발 3CORN 단계를 거치게 된다.

수행절차는 이론강의, 실습(워크숍), 전문가 멘토링을 거친 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프로젝트 수행은 화, 수, 목, 금에 진행된다. 각 단계를 통해 고객 문제를 정의하고 아이디어 수집, 해결안 개발과 고객 가치제안 캔버스, WBS 작성, IR 자료 작성, 발표스킬, 사업계획서 작성 및 전문적인 방법을 배우고 실습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통해 생각 속에 머문 사업이 현실화되는 과정의 시작이 될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올 한해 계획된 사업과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A.이동형 센터장 :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기술·문화 융복합 창업 페스티벌 ‘GSAT 2024’ 개최 준비를 하고 있다. ‘GSAT 2024’는 경남(Gyeongnam)이 과학발전(Science), 문화예술(Art) 융합을 통해 기술(Technology) 혁신을 선도한다는 의미를 담아 오는 4월 1일부터 3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4차산업 분야 경력 10년 이내 전국의 창업 기업 및 예비 창업자를 모집, 리그에서 평가를 거쳐 선발된 본선 20개 팀은 본선 경연을 펼치고, 본선에서 4개 팀을 선정해 시상한다. 앞으로 기술제조 분야에 집중된 창업 생태계를 비제조 기술 분야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경남의 창업 문화를 높이고 지역 창업 기반의 미래를 선보이는 무대가 되리라 기대한다.

두 번째로는 기존의 CORN 프로젝트 앞에 POP을 달아 ‘POP-CORN’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마치 무술의 유단자가 도장을 돌면서 ‘도장깨기’를 하듯이, 매일 돌아가며 투자사를 만나 미팅하고 IR피칭하는 데모데이를 진행해 누구나 대중적으로 '대박'을 팍 터뜨릴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투자확률을 높여주는 데모데이 프로그램을 꼭 하고 싶다.

끝으로, 두산 에너빌리티를 포함한 한화, LG, 삼성 중공업 등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기회를 주고자 한다. 두산 에너빌리티는 벌써 5년째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가하고 있다.

경남창경의 프로그램은 주민센터처럼 항상 열려 있다. 수영장이기도 하고, 무술 도장이기도 하다. 여기서 매일 정신과 마음과 몸을 훈련해서 전문가가 되면, 그때 멋있게 나가면 된다. 우리의 보육이 필요없을 정도로 소위 '잘 나가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면, 더이상 관여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잘해낸다.

국내외로 많은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경남창업 활성화 및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잘 해내고자 한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초기창업자들이 시장 진입을 못하는 현실도 잘 알고 있기에 다년간 창업교육, 컨설팅 등으로 축적된 경험을 살려 제조업 혁신 2단계인 경남창업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마치 기독교의 전도사와 같이, 스타트업계 관계자들과 창업을 꿈꾸는 사람 모두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창업 전도사’로서 살아가는 것이 남은 목표이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이동형 센터장 | 촬영 - 에이빙뉴스 최승연 기자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이동형 센터장 | 촬영 - 에이빙뉴스 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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