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환의 it읽기] 이차전지 첨가제 사용 설명서 연재타이틀
[설명환의 it읽기] 이차전지 첨가제 사용 설명서 연재타이틀

최근 개봉한 <듄: 파트 2>는 1965년 출간된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을 토대로 한 영화다. 귀족 아트레이더스 가문의 폴(티모시 샬라메)과 어머니인 제시카(레베카 퍼거슨)가 모든 것을 잃고 불모지인 아라키스 행성에서 은하계 지도자로 성장하는 여정을 그렸다.

원작은 60년 전에 쓰였지만 이차전지(배터리) 예언 소설 같다. 최첨단 무선 장비뿐만 아닌, 신비한 물질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수명 연장, 우주여행 등에 쓰이는 스파이스를 놓고 각 세력 간 다투는 이야기 전개는 오늘날의 배터리 전쟁을 연상케 한다. 중요 장면마다 나오는 스파이스의 화학적 반응은 낯설지 않다.

리튬이온배터리는 화학 반응을 토대로 개발됐다. 배터리가 방전될 때 음극에 있던 리튬이온(Li+)과 전자(e-)가 양극판으로 이동하면서 전류를 발생시키고, 충전될 때는 양극재에 있던 리튬이온과 전자가 음극판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영화에 나오는 기기들의 실현을 위해서는 배터리의 ‘이온전도성’을 높여야 한다.

전해질(전해액·electrolyte)은 이온전도성을 결정짓는 물질이다. 과거 전해액은 배터리의 파워와 용량을 결정하는 양극재, 음극재에 비해 덜 주목받았다. 하지만 배터리 폭발 우려가 확산되면서 우수한 전해액 확보는 필수가 됐다.

전해액은 염(Lithium Salt), 용매(organic solvent), 첨가제(additive)로 구성된다. ▲염은 이온의 이동 통로로 인산, 불소로 구성된 리튬염(LiPF6)이 대표적이다. ▲용매는 염을 녹이기 위해 사용하는 액체다. 보통 리튬이온 배터리 속 염을 용해시키는 물질로는 EC(Ethylene Carbonate)라는 용매를 사용한다. ▲첨가제는 특수 목적을 위해 소량으로 첨가되는 물질이다. 전지의 성능과 안전성을 향상하는 역할을 한다.

첨가제는 전해액 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일반적인 구조에서 전해액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절대 함량이 약 1~5%인 것을 감안하면 고부가가치 소재이다. 기술 장벽이 높고 배터리 전체 시스템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전해액 내에서는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키거나, 열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덴드라이트(Dendrite·수지상결정)'가 형성된다. 리튬 덴드라이트는 리튬 전지 내부에서 자라나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으로 배터리 고장과 불이 붙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첨가제를 어떻게 혼합하는지에 따라 덴드라이트를 안정화할 수 있다. 이 혼합법은 그 회사의 기술력이고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의 작품 '듄: 파트 2(Dune: Part Two)'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의 작품 '듄: 파트 2(Dune: Part Two)'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첨가제는 양극용과 음극용으로 구분된다. 양극용 첨가제는 양극의 구조를 안정화시키거나 표면을 보호해 열화를 억제한다. 양극용 첨가제 중에는 과충전 방지용도 있다. 일종의 차단기 역할인 셈이다. 음극용 첨가제는 음극에 튼튼한 막을 형성하고, 수명 향상을 담당한다.

첨가제 종류는 Sn(Succinonitrile), An(Adiponitrile), VC(Vinylidene Carbonate), 포스파젠(Phosphazene)화합물, 히시콜린 등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는 카보네이트계 첨가제인 VC 첨가제 수요가 많다. VC 첨가제 생산 기업 중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곳은 일본 미쯔비시가 꼽힌다.

미쯔비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국내 기업들의 기술 완성도는 높다. 국내에선 천보, 동화 일렉트로라이트(파낙스이텍) 등이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다. 최근엔 광무가 가세하면서 3파전을 예고했다. 이 업체들은 모두 세계 수준의 연구개발(R&D)·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서 일본에 대한 기술 종속 우려는 없다. 후발 주자인 광무의 경우 세계 4위 전해액 업체인 엔켐에 납품이 예상되면서 업계 다크호스로 급부상 중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향후 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IRA에서 전해액은 '배터리 부품'이다. 따라서 전해액의 구성품인 첨가제는 '핵심 광물'로 분류됐다. 내년부터 중국 등 해외우려기관(FEOC)의 핵심 광물을 사용한 배터리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 또는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핵심광물을 조달해야 한다. IRA 시행으로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은 첨가제 공급망을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산 배터리 소재들을 국산이 대체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설명환 칼럼니스트
설명환 칼럼니스트는 IR 전문가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커뮤니케이션실에서 20여 년 간의 경험을 토대로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트렌드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을 쓰고 있다. 현재 국내 유일의 밸류에이션 브랜딩(Valuation Branding) 전문기업 펄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도전과 위협에 대한 종합적인 조언을 해오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과 문화체육관광부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정책 발굴·추진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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