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다크 테마) 트림, 크리스탈 화이트 모델 | 촬영 - 에이빙뉴스 
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다크 테마) 트림, 크리스탈 화이트 모델 | 촬영 - 에이빙뉴스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당이든, 옷가지나 신발을 취급하는 브랜드이든, 모든 판매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최고의 왕도(王道)는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것. 동네에서 소문난 맛집과 저명한 패션 브랜드라면, 그 이름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제품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각각의 국적을 막론하고 브랜드 헤리티지를 대변하는 베스트셀링 모델 한둘쯤은 보유하고 있다. 오랜 역사와 함께 시장에서 검증받은 모델들을 시대에 맞게 발전시키면서, 존속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베스트셀링 모델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기업을 구해내는 효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난 2023년, 수입차 시장이 4년 만에 역성장한 상황 속에서, 볼보자동차코리아(이하, 볼보)의 ‘TOP 4’ 등극을 견인한 프리미엄 SUV, 볼보 XC60의 사례를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당시 볼보는 국내 최초 직진출한 1997년 이래 역대 최다 수준의 연간 판매량(1만 7,018대)을 기록했고, 총 5,831대에 달하는 판매량으로 전체의 34%가량을 차지한 것이 XC60이었다. 이는 당시 수입 SUV 전체를 통틀어 판매 1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브라이트 테마) 트림, 베이퍼 그레이 모델 | 촬영 - 에이빙뉴스 

시기를 좀 더 앞으로 당겨봐도 그 기여도는 절대적 수준에 가깝다. 볼보가 처음으로 국내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돌파(1만 570대)한 2019년, 이때에도 XC60은 전체 판매량 중 3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해 베스트셀링 모델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즉, 국내 시장에서 XC60은 볼보의 ‘퀀텀 점프(2019년)’와 하이라이트(2023년)를 함께 한 기념비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XC60은 2008년 볼보가 처음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프리미엄 SUV로 첫 출시 당시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었고, 2023년도엔 23만 853만 대(글로벌 기준)가 판매되어 브랜드의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다시 경신하기도 했다.

그 결과로 볼보 XC60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상반기 누적 판매 270만 대를 돌파했으며, 이로써 기존의 최다 판매 모델이었던 볼보 240 시리즈(268만 5,171대)를 넘어 진정한 베스트셀링 모델로 등극했다. 

이어 2025년에도 볼보 브랜드는 효자 XC60을 앞세워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 초 공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8월 초 본격적인 국내 판매를 시작하면서, 이미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던 XC60의 상품성이 또 한 차례 크게 솟아오른 것.

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다크 테마) 트림, 크리스탈 화이트 모델 | 촬영 - 에이빙뉴스 
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다크 테마) 트림, 크리스탈 화이트 모델 | 촬영 - 에이빙뉴스 

마땅한 신차 출시 없이도 1만 5,000대 장벽을 돌파했던 지난해 성적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서 볼보가 보여줄 약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더군다나 말로만 듣던 북유럽 감성의 프리미엄 SUV를 약 반나절간 경험해 보니, 전 세계 사람들이 XC60에 매료된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2025년형 XC60은 지난 2017년 처음 등장한 2세대 모델의 2번째 페이스리프트 버전으로,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외모를 특징으로 한다. 여느 SUV들이 대개 각지고 굵직한 선 처리로 실루엣을 이뤄 스포티한 느낌을 연출한다면, XC60은 보닛부터 루프까지 이어지는 긴 선형을 유연하게 그려내 차별성을 더했다.

더불어 간결한 포인트만을 유지한 로커 패널 라인, 과도한 입체감을 덜어낸 웨이스트 라인 등 절제미를 더한 측면 구조가 루프라인과 어우러져 역학적 기능성과 절제된 우아함을 확실히 거머쥐었다. 덕분에 전 세대 모델보다 체급은 더 커졌지만, 오히려 더 날렵하고 기민해 보이는 인상이 완성되었다.

한층 각진 선으로 마감된 전·후면은 프리미엄 SUV에 걸맞은 중후함은 물론, XC60이 더욱 단단하고 견고해 보이게 만들어 준다. 명실상부 ‘안전의 대명사’로 꼽히는 브랜드 가치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요소이자, 전후면 헤드램프, 테일램프에 적용된 ‘토르의 망치’ 형상과 함께 브랜드의 정체성을 극대화했다.

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브라이트 테마) 트림, 베이퍼 그레이 모델 | 촬영 - 에이빙뉴스 
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브라이트 테마) 트림, 베이퍼 그레이 모델 | 촬영 - 에이빙뉴스 

차량에 탑승해 마주한 인테리어에서도 볼보의 고장 스웨덴이 속한 스칸디나비아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대시보드부터 탑승자의 손이나 몸과 맞닿는 모든 곳에 적용된 나파 가죽 마감엔 그 질감이 세밀하게 살아 숨 쉬는 동시에, 이와 조화를 이루는 원목 소재 인레이가 만년설이 소복이 쌓인 북유럽 고산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듯했다.

그중에서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키 포인트(Key Point)’는 역시 크리스털 기어 스틱이었다. 10년이 가까워지는 운전 경력을 통틀어 실물로 접해보긴 처음이었지만. 그 비주얼에 어느 때보다 더 빠르게 매료되어 버렸다.

굵직한 두께로도 스틱 반대편을 투명하게 비춰주는 크리스털의 순도, 적당한 무게감과 손에 착 감기는 그립, 그리고 그 안에 새겨져 은은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오레포스(Orrefors) 로고 등, 경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높은 품질과 완성도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볼보가 XC60을 통해 선사하는 프리미엄의 가치는 이처럼 다채로운 공감각적 경험을 넘어, 드라이빙 경험으로도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공학적이고 기계적인 설계가 그 태생부터 높은 완성도를 갖추기도 했지만, 시동을 걸고 출발할 준비를 시작하는 즉시 작동하는 ‘에어 서스펜션’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다.

신형 볼보 XC60 인테리어 모습 | 촬영 - 에이빙뉴스
신형 볼보 XC60 인테리어 모습 | 촬영 - 에이빙뉴스

서스펜션의 제어는 기존 9인치에서 11.2인치로 면적을 키운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능하며, 출발지인 오전 10시경 서울시 종로구 갑갑한 도로 환경을 고려해 처음엔 주행 모드를 ‘스탠더드(Standard)’로,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감도를 ‘부드러움’으로 설정했다.

이 상태에서 XC60은 서스펜션의 기능성을 극대화하며, 도로 위 요철이나 방지턱을 극복할 때, 마치 구름 위를 살포시 넘나드는 듯한 주행 경험을 제공했다. 특히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기 바쁜 도심에서, 다소 급히 제동하는 상황에서도 탑승자에게 전달되는 진동, 충격을 아주 부드럽게 완충해 주는 그 퍼포먼스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시승 목적지는 용인시 에버랜드 인근으로, 긴 인고의 시간을 XC60의 포근함으로 위로하며 서울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고속 주행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때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감도를 ‘단단함’으로 설정하자, 곧바로 조향의 기민함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드러났다.

도로 노면과 큰 거리감 없이 낮고 묵직하게 달려 나가는 힘, 무게감과 관성에 따라 나타나는 불쾌한 흔들림을 배제하는 깔끔한 주행 질감 덕분에 운전의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중형 SUV라는 본래의 체형을 잊고, 마치 세단 같은 승차감과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군더더기 없는 퍼포먼스에는 파워트레인 본연의 넉넉한 출력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신형 볼보 XC60 인테리어 모습 | 촬영 - 에이빙뉴스
신형 볼보 XC60 인테리어 모습 | 촬영 - 에이빙뉴스

이번에 시승한 볼보 XC60의 ‘B5 울트라’ 트림은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48V 배터리를 결합한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기반 모델로, 35.7kg·m에 달하는 최대 토크와 최고 250마력(ps)의 출력을 제공한다. 이에 8단 자동 변속기와 사륜구동(AWD) 메커니즘이 더해지니, 고속도로를 달리는 상황 대부분에서 추월 혹은 차선 변경에 딱히 어려움을 느낄 여지가 없었다.

더불어 XC60은 초당 500회에 육박하는 속도로 주행 환경을 모니터링해 에어 서스펜션의 세팅을 자동으로 최적화해 주는데, 이와 함께 사용자 정의에 따라 변화하는 설정값을 곧바로 받아들이는 시스템 전반의 응답성도 아주 훌륭했다.

이는 퀄컴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을 통해 컴퓨팅 성능의 비약적 향상을 이룬 ‘볼보 카 UX(Volvo Car UX)’가 활약하는 부분이다. 11.2인치로 기존(9인치)보다 면적을 키운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이런저런 설정에 접근하다 보면, 그 폼팩터로나 사용 경험으로나 플래그십 태블릿 PC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감상을 얻게 된다.

이러한 고성능 UX와 함께 B5 울트라 트림에 기본 적용된 바워스 앤 윌킨스(B&W)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XC60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사양 중 하나다. 웬만한 하이파이 브랜드의 카 오디오보다도 2~3배 높은 1,410W급 출력으로 압도적 음장을 구현하고, 차체의 뛰어난 차폐성과 맞물려 차량 실내를 오롯이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브라이트 테마) 트림, 베이퍼 그레이 모델 |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브라이트 테마) 트림, 베이퍼 그레이 모델 |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이 외에도 볼보 XC60은 새롭게 지원하는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 한국인의 1등 내비게이션 앱 ‘티맵’ 지원, 유튜브를 비롯한 OTT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폭넓게 갖췄다.

나아가 이들 모두를 빠르고 정확하며, 아주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는 음성 AI 플랫폼 누구 오토(NUGU Auto)가 선사하는 편의성은 가히 압도적인 수준. 덕분에 볼보 XC60의 익숙하지 않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 대한 장벽을 가볍게 허물고, 반나절간 차량의 진가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왕복 약 100km의 시승 코스에서 이 차량이 거둔 ‘연비 성적표’엔 제법 준수했다는 평가를 남기고 싶다. 이번 시승에서 XC60은 서울에서 용인으로 1시간 53분간 50.4km의 거리를 주행할 땐 10.0km/ℓ로, 반대로 복귀할 땐 1시간 27분간 47.9km의 거리를 11.1km/ℓ로 주행해 공인 복합 연비(10.1km/ℓ)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를 보여줬다.

단순히 하이브리드라는 타이틀만 놓고 보면 그다지 석연치 않은 숫자일 수도 있겠으나, 여러 가지 조건과 변수를 잊어선 안 된다. 우선 볼보 XC60 B5 울트라 트림의 MHEV 시스템은 배터리가 엔진의 효율을 보조하는 방식이라는 점은 물론, 이 차량의 배기량이 국산 중형 SUV의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400~500cc가량 높은 1,969cc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법하다.

물리법칙에 따른 등가교환으로 연비 효율 일부와 동력을 맞바꾼 셈이다. 그래서 차급과 배기량, 그리고 ‘하차감’이 엇비슷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SUV(GLC·X3·Q5 등)와 비교하면, XC60엔 어느 모델에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이 생긴다.

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브라이트 테마) 트림, 베이퍼 그레이 모델 | 촬영 - 에이빙뉴스 
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브라이트 테마) 트림, 베이퍼 그레이 모델 | 촬영 - 에이빙뉴스 

동시에 B5 울트라 트림 기준 7,330만 원으로 일명 ‘벤비아’의 경쟁 차종보다 최대 1,000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 책정되었음에도, XC60엔 다른 브랜드 차량의 기본 사양으론 흔치 않은 에어 서스펜션과 1,410W급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한 것도 꽤 매력적이다.

허용 예산이 ‘억대’에 근접한 이들이라면 8,640만 원부터 시작하는 T8 트림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반의 파워트레인으로 B5 트림 2종보다 우월한 복합 연비(11.4km/ℓ)를 제공하고, 완전 충전 시 최대 61km까지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이 가능해 도심 주행에선 더 알맞은 경제성을 자랑한다.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도 455ps(시스템 총출력), 72.3kg.m로 하위 트림 대비 2배에 육박하며, 이는 PHEV 분야에서 경쟁하는 벤츠 GLC 300e 4MATIC(333ps/56.1kg.m), BMW X3 xDrive30e(292ps/42.8kg.m), 아우디 Q5 TFSI e(368ps/51.0kg.m)와 같은 차종들을 단번에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비까지 종합해 비교하면 이들과 일장일단이 구분되지만, 볼보 XC60에도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 못지않은 ‘강력함’이 담겨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볼보의 타고난 안전성과 XC60 2세대부터 이어져 온 든든한 풍채(전장 4,710mm·전폭 1,900mm·전고 1,650mm), 여기에 그 어떤 차량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힘과 풍부한 옵션까지 더해졌다.

앞서 강조했듯 볼보 XC60은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 SUV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왔다. 이젠 누구나 구미가 당길 법한 상품성과 더 정갈해진 디자인 덕분에 안 그래도 길었던 대기 기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만약 구매 리스트에 XC60을 살포시 올려두었다면 대기 리스트에도 살포시 이름을 적어두길 바란다. 그래야 올해 안에 대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브라이트 테마) 트림, 데님 블루 모델 |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신형 볼보 XC60 B5 울트라(브라이트 테마) 트림, 데님 블루 모델 |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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